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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정말 신호탄이 될까. 점진적 세대교체를 시작한 KIA가 순위 경쟁 중인 팀과 필요충분조건을 충족시킬 빅 세일즈 구단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입증했다. 지난 6일 외야수 이명기(32)를 NC에 보내고 거포 기대주 이우성(25)을 영입해 그 첫 발을 내디뎠다. 물론 트레이드는 변수가 많아 쉽지는 않겠지만 양 구단의 의지만 있으면 의외로 쉽고 빠르게 단행될 수 있다.
발빠른 좌타자이자 통합 우승 리드오프로 활약한 이명기를 내준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거포 기대주가 필요했고, 실제로 눈 앞에서 홈런 두 방을 쏘아 올리는 모습을 보고 결단을 내렸다. 이우성은 지난 2일부터 사흘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IA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홈런 두 방을 때려냈다. 첫 번째 홈런은 구위로 타자들을 압도하던 김기훈(19)의 빠른 공을 밀어내 홈런을 쏘아 올렸다. 김기훈이 던진 포심 패스트볼이 백번 양보해 행잉성으로 밀려 들어왔다고 해도 이 공을 밀어내 라인드라이브 성으로 펜스를 넘겼다는 것만으로도 이우성이 가진 힘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은퇴를 선언한 이범호를 제외하면 실전에서 이런 타구를 만들어내는 우타자가 없는데 KIA의 현실이다.
이명기를 트레이드 한 배경은 내달 군복무를 마치는 외야수 김호령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이미 대졸(인하대) 신인 외야수 오선우가 꾸준히 기회를 받고 있고, 박준태와 이창진, 최원준 등으로 외야진을 꾸릴 수 있다. 프레스턴 터커와 최형우도 버티고 있어 사실상 외야는 포화상태다. 우투 좌타자가 지나치게 많은 KIA의 선수 구성을 고려하면, 이명기의 트레이드를 통해 ‘같은 값이면 젊은 피’로 방향을 굳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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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최하위에 머문 NC는 프리에이전트(FA)로 양의지를 데려와 명예회복에 도전 중이다. 하지만 야심차게 영입한 크리스티안 베탄코트가 적응실패 등으로 방출됐고, 팀을 지탱하던 나성범까지 무릎 십자인대 파열상으로 시즌 내 복귀가 불투명하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NC 이동욱 감독은 “외야 백업자원이 부족해 아쉽다”고 눈에 띄는 약점 하나를 공개했는데, 나성범의 부상으로 이 부분이 눈에 띄게 도드라졌다. 권희동과 김성욱, 김태진 등이 버티고 있지만 우승 경험을 한 베테랑 외야수의 존재여부는 피말리는 순위싸움에 꼭 필요한 요소다. 은퇴한 이종욱이 했던 역할을 맡길 적임자가 필요했고, 공수주를 모두 갖춘 이명기가 눈에 들어왔다. NC의 필요조건에 KIA가 이우성을 원하면서 충분조건이 충족된 셈이다.
KIA에는 통합우승을 경험한 베테랑들이 많이 있다. 거포 외야수 나지완과 포수 김민식, 백용환 등도 세대교체 중인 팀의 방향성 탓에 출전기회를 보장받지 못할뿐 1군에서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는 자원들이다. 특히 김민식은 KIA 입장에서는 아픈 손가락이다. 한승택이 빠르게 성정하는데다 신범수 한준수 등 가능성 높은 젊은 포수들 탓에 출전기회를 보장하기 어렵다. 포수가 약한 팀에서는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자원이다.
넥센(현 키움)은 팀 내 주축 선수들을 내보내는 대신 다른 팀의 기대주를 영입하는 과감한 트레이드로 새로운 화수분의 기틀을 마련했다. 하나씩 들여다보면 부족한 구성인 KIA도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 선수 순환부터가 시작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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