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야자키현 선마린스타디움(야구장)
미야자키현 종합체육공원 내 선마린 스타디움 <미야자키(일본)> 2006-02-02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두산을 비롯해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해온 팀들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교육리그를 통해 얻은 효과를 고려하면 출전을 이어가는 게 맞지만 국제정세와 국민여론 또한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전부터 교육리그에 참가하지 않았던 팀들은 퓨처스리그 이후를 대비해 꾸준히 평가전 일정을 잡고 있다. KBO리그판 교육리그 구상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어야 할 시점이다.

미야자키 교육리그를 통해 가장 큰 효과를 본 팀은 두산이다. 두산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꾸준히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했다. 유망주 위주로 교육리그 로스터를 구성해 시즌 후에도 신예선수들이 실전 경험을 쌓았다. 교육리그부터 마무리캠프, 그리고 이듬해 스프링캠프까지 두산 유망주들은 시즌 후에도 일련의 과정에 따라 목표의식을 갖고 성장했다. 두산 육성시스템에서 교육리그가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야구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한화, LG, 삼성 등도 두산을 따라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했다. 한화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LG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그리고 삼성은 LG가 빠진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미야자키 교육리그를 소화했다.

당초 두산, 한화, 삼성 모두 올해도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결정을 앞둔 시점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한일관계가 악화됐고 국민들의 반일감정도 들끓고 있다. 각 구단의 미야자키 교육리그 참가비용은 고스란히 미야자키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교육리그의 장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시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휴식기가 끝나면 이에 대한 구단내부 논의가 이뤄지고 교육리그 참가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삼성과 한화도 두산처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미 LG, 키움, KT, NC 등은 서로 연합해서 올해 퓨처스리그 종료 후 꾸준히 2군 구장에서 평가전을 치르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LG 차명석 단장은 “올해 퓨처스리그가 끝나면 키움, KT, NC와 평가전을 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교육리그를 대신해 각팀 2군 구장에서 실전과 훈련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키움 김치현 단장도 “2군에서 육성해야 할 선수들만 60명 정도가 된다. 하지만 퓨처스리그는 팀당 90경기 정도 밖에 치르지 않는다. 우천시 경기가 그냥 취소되는 경우도 많다. 실전경험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교육리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일단 올해는 퓨처스리그가 끝나면 여건이 되는 팀들과 꾸준히 평가전을 할 것이다. 우리까지 3, 4팀이 모여서 일정을 짜고 실전을 치르는 형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차 단장은 지난 실행위원회에서 2020년 KBO리그판 교육리그를 제안했다. 국내에서 교육리그가 이뤄질 경우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비교해 비용도 반 이상이 줄어들고 교육리그를 추진하는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차 단장의 주장이다. KBO 관계자는 “2020년을 목표로 기장과 제주 등을 후보지로 두고 계획 중이다. 교육리그를 유치하고 그에 따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선 지자체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리그 또한 충분히 팬을 위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마이너리그 시즌이 종료된 후 각 팀 유망주들이 애리조나 가을리그에 대거 참가한다. 애리조나 가을리그 전 경기가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유망주의 기량을 미리 확인하고 싶은 야구팬의 갈증을 해소시킨다. 지난해 애리조나 가을리그에선 현재 내셔널리그 신인왕 유력 후보인 피트 알론조(뉴욕 메츠)가 상대 투수 네이트 피어슨의 103마일 직구를 받아쳐 타구속도 110마일 홈런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지금이야말로 미야자키 교육리그를 대체할 KBO리그만의 교육리그를 구체화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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