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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메릴 켈리 | 애리조나 공식 트위터 캡처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지난해까지 KBO리그 SK에서 뛰었던 메릴 켈리(31·애리조나)는 전무한 사례를 만들었다. 한국 땅을 밟기에 앞서 단 한 번도 메이저리그(ML) 무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KBO리그 활약을 인정받아 빅리그 보장 계약을 맺었다. 지난겨울 KBO리그 구단 관계자들은 켈리와 애리조나의 2년 550만 달러 보장 계약에 놀라면서도 새로운 길을 개척한 켈리를 응원하고 기대했다.

기대는 현실이 되고 있다. 켈리는 올시즌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23경기 131.1이닝 7승 12패 방어율 4.52를 기록 중이다. 후반기들어 페이스가 꺾였지만 팀의 4, 5선발 구실은 충분히 소화하고 있다. 만 25세까지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던 그가 한국에서 4년 동안 기량 향상을 이루며 빅리그 투수로 우뚝섰다. 그리고 켈리는 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LA 다저스 류현진과 맞붙는다. KBO리그를 경험한 투수들이 ML에서 선발 맞대결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현재 ML 로스터에 켈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뛰었던 데이비드 헤일(32)과 왕웨이중(27)도 꾸준히 빅리그 마운드를 밟고 있다. 헤일과 왕웨이중 모두 켈리처럼 ML 보장 계약이 아닌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지만 험난한 내부경쟁을 뚫고 두 번째 전성기를 열었다. 2018시즌 도중 한화 유니폼을 입고 12경기 66.1이닝 3승 4패 방어율 4.34를 기록했던 헤일은 올시즌 뉴욕 양키스에서 중간투수로 활약 중이다. 5월 중순부터 양키스 불펜진에 합류했고 19경기 37.1이닝 3승 0패 방어율 2.89를 올리고 있다. 지난 1일 허리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으나 부상 회복 후 빅리그에서 시즌을 마무리할 확률이 높다.

왕웨이중
NC 왕웨이중이 10일 잠실 두산전 마운드에서 투구하고 있다. 2018. 6. 10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지난 시즌 초반 NC 에이스를 맡아 뜨겁게 질주했던 왕웨이중도 빅리그에선 중간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오클랜드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그는 5월말부터 빅리그로 승격됐고 지난 7일까지 20경기 27이닝 1승 0패 방어율 3.33을 기록하고 있다. 올시즌 개인 통산 ML 한 시즌 최다 경기를 소화하며 풀타임 빅리거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현재 양키스는 지구 선두를 독주 중이며 오클랜드는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경쟁 중이다. 류현진과 더불어 헤일과 왕웨이중도 오는 10월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ML와 KBO리그의 선수 교류가 꾸준히 이뤄지면서 ML 아시아지역 스카우트들에게 KBO리그 외국인선수 관찰은 일상이 됐다. 비록 한국에선 소속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재계약에도 실패했지만 헤일과 왕웨이중처럼 미국에서 또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2015년 두산에서 뛰었던 앤서니 스와잭은 2017년 12월 뉴욕 메츠와 2년 1400만 달러 FA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현재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스와잭은 필승조로 활약 중이다.

물론 모두가 반전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KBO리그에서 2016시즌부터 2018시즌까지 3년 동안 49승을 거두며 괴력을 발휘했던 헥터 노에시(32)는 4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마이애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그는 지난 7일 뉴욕 메츠와 원정경기 선발 등판을 통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빅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5이닝 5실점으로 아쉬움을 삼킨 채 빅리그 복귀전을 마무리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