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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을 가고 싶은건 당연한 거 아닌가.”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유)이 병역 기피 논란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하며 눈물을 보였다.
17일 오후 방송된 SBS 연예정보 프로그램 ‘본격연예 한밤’(이하 한밤)에서는 미국 LA에서 가진 유승준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에 앞서 선공개된 유승준의 인터뷰 예고 영상은 방송 전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제작진은 오는 20일 유승준의 비자발급 거부 위법 여부에 관한 대법원 파기 환송심을 앞두고 유승준의 심경을 듣기 위해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다녀왔다고 밝혔다.
오랜 고민 끝에 인터뷰를 결정한 유승준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유승준은 “지상파에서는 한 번도 인터뷰가 성사된 적 없었다”며 많이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 중간중간 “목이 탄다”, “말 실수 하는 것 있냐”며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 보였다.
199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사랑을 받았던 유승준은 지난 2002년 군입대 시기가 다가오자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면제 의혹에 휩싸였다. 이후 유승준은 입국이 금지됐고 해외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2015년 8월 유승준은 재외동포 체류자격의 사증 발급 신청 등을 시도했으나 LA 총영사관이 거부당했고, 이에 부당함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유승준은 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 7월 11일 원심을 파기하고 해당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유승준은 오는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법원의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있다.
이같은 판결에 “대법원 파기 환송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 가족과 다같이 그 소식을 듣고 막 울었다” 회상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 유승준은 “이런 판결이 나올 거라 전혀 기대 못했다”며 입국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제가 약속한걸 지키지 못하고, 군대를 간다 장담했다가 바꾼거에 대한 배신감과 허탈감이 큰 거 같다”는 유승준은 “저는 처음에 군대를 가겠다고 제 입으로 솔직히 이야기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아는 기자분이 집 앞에 오셔서 ‘이제 군대 가야지’라고 말했다. 그래서 ‘가게 되면 가야죠’라고 말한 게 ‘자원입대 하겠다’고 기사화된 것”이라고 밝히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너무 어리고 잘하려는 마음에 떠밀렸던 거 같다. 그런데 어느순간 (군대를 가는게)기정사실이 돼버렸다. 다시 결정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정말 군대를 가려고 했다. 회사에서도 ‘선택의 여지가 있는데 굳이 TV에서 인터뷰를 하냐’며 다투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정말 약속을 지키지 못한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하지만 저도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약속을 지키지 못한거고, 그 이유를 해명하기 위해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는데 입국금지를 당한거다”라고 이야기했다.
변심의 이유에 대해 묻자 유승준은 “미국에 갔을 때 아버지와 목사님이 권유하셨다. ‘병역의 의무도 좋지만 그것만이 애국의 길은 아닐거다’라며 ‘미국에서 살면 전세계로 연예인 활동도 하고 그런거에 더 자유롭지 않을까’라고 마음을 바꾸는게 어떻겠느냐는 강한 설득이 있었다”고 답하면서도 “목사님, 아버님 뒤에 숨는건 아니다. 선택의 책임은 내게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17년 만에 한국에 돌아오려는 이유가 국내 영리활동 때문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한국 땅을 못 밟는 상황에서 무슨 계획이 있겠나. 관광 비자로도 못들어간다”며 전면 부인했다.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유승준이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유승준은 “이유가 없다. 그냥 그립다”고 말하며 또 한번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저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을 가고 싶은건 당연한거 아니냐”며 “이제 그만 마음을 닫을까 생각도 했지만 (한국은) 제 정체성이고 제 뿌리인데 그렇게 되겠나”라고 토로했다.
끝으로 제작진 측은 이번 인터뷰가 유승준의 입장을 변호하려는 목적이 아닌 팩트체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보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판단은 시청자 몫이라고 전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