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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대건고 감독이 9일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전국체전 축구 남자 고등부 결승에서 우승한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정다워기자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선수 때 우승했던 것보다 좋은데요?” 김정우(37) 인천 대건고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에야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이 이끄는 대건고는 9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체전) 축구 남자 고등부 결승에서 서울대표 경희고를 2-1로 잡고 우승했다. 전반 2분 만에 세트피스 한 방에 일격을 맞고 고전했으나 후반 20분 최준호의 동점골과 후반 36분 김민석의 역전 결승포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김 감독은 대건고 창단 후 첫 전국체전 우승을 견인하며 헹가래를 받았다.

상대인 경희고는 예선에서 수원 매탄고, 준결승에서 광주 금호고 등 두 우승후보를 잡은 팀이다. 대건고는 결과와 내용 면에서 모두 상대를 압도했다. 김 감독은 “다른 K리그 유스팀들이 의외로 탈락해 부담이 있었다. 경희고도 전력이 만만치 않아 걱정했는데 우리가 우승하면서 자존심을 지킨 것 같아 더 만족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대건고는 전반 이른 시간 실점하고도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후반 초반까지 골운이 따르지 않아 선수들이 흔들릴 수 있었지만 차분하게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간 끝에 두 골을 만들었다. 김 감독은 “축구를 하다 보면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아무래도 선수들이 어리기 때문에 당황할 수 있는 구도였다. 그래서 하프타임에 자신감을 심어줬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빌드업을 하고, 1대1 싸움에서 이길 수 있으니 자신 있게 부딪히라고 했다.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면 반드시 이긴다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줬다. 제 능력이 아니라 선수들의 실력, 코칭스태프들의 노력이 만든 금메달”이라며 공을 돌렸다.

김 감독은 정확히 20년 전인 1999년 인천 부평고 소속으로 이 대회 우승을 달성한 경험이 있다. 당시 김 감독은 1년 선배인 이천수 인천 전력강화실장, 최태욱 축구대표팀 코치 등과 함께 뛰며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김 감독은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당시보다 지금이 더 기쁘다는 사실”이라며 “은퇴 후 살이 조금 쪘는데 감독을 하면서 고민이 많아서 그런지 다시 빠졌다. 쉽지 않은 감독 생활 1년 차에 우승을 해 정말 좋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김 감독은 지난 2016년 은퇴 후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올해 대건고 사령탑에 오르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경력이 없는 까닭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대건고는 K리그 주니어 A그룹 3위에 올라 있고, 체전 우승을 통해 K리그 유스 명가의 자존심을 세웠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에는 나만 잘하면 됐다. 감독은 다르다.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함께 잘해야 한다”라면서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힘든 것도 없다.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선수 시절 김 감독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 주역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수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한 멀티플레이어이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대건고 선수들은 김 감독에 대해 잘 모른다. 김 감독은 “사실 선수들은 저라는 사람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 최근에는 어디서 영상을 보고 왔는지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라며 “감독으로서 선수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 완벽한 지도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좋은 감독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바람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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