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이정현이 영화 ‘두번 할까요’로 생애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하며 새로운 행보를 기대했다.

최근 개봉한 ‘두번 할까요’(박용집 감독)는 생애 최초 이혼식 후 N차원 와이프 선영(이정현 분)에게서 마침내 해방된 현우(권상우 분)가 싱글라이프를 다시 즐기려던 찰나 선영이 옛친구 상철(이종혁 분)까지 달고 다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세 남녀의 코믹 로맨스. 이정현은 남다른 성격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모습을 펼쳤는데, 그동안 이정현이 많은 영화들에서 선보여온 캐릭터와는 확실히 달랐다.

앞서 영화 제작보고회 등에서도 여러번 강조했듯 이정현은 “첫 로코다. 늘 어둡고 심각한 것만 들어왔지, 로코는 한번도 제의받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들어와서 너무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제발 재밌어라’ 기도했다. 그런데 읽자마자 재밌어서 바로 하겠다고 전화했다”고 전했다. 또, 즐거운 영화를 찍는 만큼 현장도 즐거웠다는 이정현은 “원래도 영화현장을 너무 좋아하는데, 다른 영화들에선 사람들과 재밌게 있다가 촬영 들어갈 때 어둡게 감정 잡는게 힘들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늘 기분 좋게 있어도 되는거라 행복했다. 이런 밝은 코미디 영화를 너무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정현

말하는 내내 발랄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이정현인데, 그동안 로코를 제의받지 못하게 한 이유일까. 가수 활동때 퍼포먼스가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탓도 있고 그동안의 영화 속 캐릭터들도 대체로 무거웠던 터라 이정현에 대한 선입견이 생겼던 탓일 수 있다. 이정현도 고개를 끄덕이며 “센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오해다”라고 강조하면서 “가수 때 이미지가 되게 강했나보다. 그래서 (작품도)센 것만 들어온 것 같다. 또, ‘명량’(2014·김한민 감독)이 잘 된 다음부터는 그런 부류만 들어왔다”고 털어놨다.

박용집 감독은 이정현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에서 엉뚱하게 나오는 걸 보고 이번 영화를 제의했다고 한다. 이정현은 “그 영화가 개봉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작품이었는데, 개봉도 하고, 그 영화로 내가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도 타고, 참 감사한 작품”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그 영화가 이정현의 필모그래피에 기폭제 역할을 했는지 그후로 꾸준히 스크린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강동원과 주연한 ‘반도’(연상호 감독)의 촬영도 끝마쳤다. 또, 자신의 영화들을 쭉 돌아본 이정현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다시 찍으라면 찍을 수 있을것 같다”고 말하면서 “그런데 ‘꽃잎’은 다시 못할 것 같다. 너무 힘들어서. 그땐 너무 애기였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그 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온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됐다며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 이정현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을 했던거 같다. 정말 배우가 너무 하고 싶었고, 작은 영화부터 시작했다. 독립영화부터. 그랬더니 ‘연기할 수 있게 이런게 들어왔네’ 하게 됐다. 그 모든 상황이 다 감사하다. 연기만 할 수 있으면 다 좋았다. 뭐든 주어지면 최선을 다했다”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그렇다면 가수 활동은 이제 접은 것일까. 이정현은 “은퇴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기회가 없어서 못 나오고 있다. 그리고 너무 기대할까봐, 그것도 부담돼서 못 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정현은 “가수는 내가 모든 콘셉트를 다 정해서 하는거라 너무 어렵다. 연기는 만들어진 틀에 가서 제가 연기하고 감독님과 협의하면 되는건데, 가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다 해야하는게 너무 힘들다. 잘 되면 너무 좋지만 안되면 너무 힘드니까”라며 가수 활동이 어려웠던 점을 털어놓기도 했다.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펼치고 싶을까. 이정현은 “이번 영화로 이정현도 이런 연기 할 수 있구나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한뒤 “요즘 공효진씨 나오는 ‘동백꽃 필 무렵’을 너무 재밌게 보고 있다. 거기서 공효진씨처럼 연하의 강하늘씨랑 호흡을 맞춰보고도 싶고, 드라마도 하고 싶다”며 바람을 밝혔다. 또, 꼭 같이 하고 싶은 남자배우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하정우를 이야기하면서 “어떤 장르든 꼭 한 번 같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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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