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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키움의 젊음이 두산의 관록 앞에 무릎을 꿇었다. 두산 키스톤 콤비 오재원(34)과 김재호(34)의 활약이 눈부셨다.
두산은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키움과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 6-5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날 8회까지 3-5로 끌려갔던 두산은 4회 터진 오재일의 투런포를 제외하고 시원한 ‘한 방’을 터트리지 못했다. 이대로 힘 없이 2차전을 내주는 듯했다.
그러나 ‘미러클 두산’의 수식어엔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 9회말부터 두산의 반란이 시작됐다. 물꼬는 허경민이 텄다. 선두타자로 타석에 선 허경민은 바뀐 투수 오주원을 상대로 중전 1루타를 쳤다. 역전의 시작이였다. 후속타자 오재원도 오주원의 공을 5번 신중히 지켜본 끝에 화끈한 2루타를 쳤다. 더그아웃과 1루 관중석을 향해 자신감 넘치는 표정의 세리머니도 남겼다.
무사 2, 3루 상황 승부처에 들어선 이는 김재호였다. 전날 다리 통증을 호소해 2차전 출장도 불투명했던 김재호다. 이날따라 실책도 많았다. 2회초 3루주자 송성문을 잡으려다 송구 실책을 범했고, 6회 초에도 키움 타자 제리 샌즈의 땅볼 타구를 놓쳐 내야 안타를 내줬다. 이 실책으로 키움은 3점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여러모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 김재호는 가장 중요한 한 방을 해냈다. 바뀐 투수 한현희를 상대로 깨끗한 1루타를 쳐 3루에 있던 허경민을 불러들였다. 4-5 턱밑까지 키움을 추격한 두산은 대타 김인태의 희생플라이와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로 2점을 더해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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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외적으로도 빛났던 키스톤 콤비다. 앞서 22일 1차전 당시 키움 송성문이 더그아웃에서 두산을 향한 거친 발언을 외친 것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논란이 된 말들에는 두산 선수들의 부상을 조롱하는 내용이 담겨있어 더욱 큰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김재호는 경기 직후 “재능이 있는 선수인 만큼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오히려 잘못을 감싸 안았다. “극적으로 승리했지만, 들뜨지 않고 고척돔으로 가겠다”는 덤덤한 각오도 함께 밝혔다.
오재원도 마찬가지다. 2차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제역할을 했다. 2-5로 밀리던 8회초 최주환과 교체돼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았고, 공수에서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김태형 감독 역시 “오재원이 주장으로서 큰 역할을 해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주장의 무게감도 함께 짊어졌던 두 사람이기에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오재원은 현재 두산의 주장을 맡고 있고, 김재호도 지난 2016년 캡틴 역할을 맡아 팀 우승까지 함께 이끌었다. 정신적 지주로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두 사람이 있기에 통산 6번째 우승으로 가는 두산의 길은 여전히 밝다.
younw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