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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뮤지컬 배우 조정은은 참 단아한 아우라를 지니고 있다. 계원예고,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2002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해 ‘엘리자벳’, ‘드라큘라’, ‘레미제라블’, ‘모래시계’, ‘닥터지바고’ 등 굵직한 뮤지컬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중간에 왕립스코트음악연극대학교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돌아왔고 2011년에는 제17회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여배우임을 입증했다.
조정은이 지난 2018년 뮤지컬 ‘닥터지바고’ 이후 약 1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다. 오는 19~2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 ‘마주하다’를 연다. 데뷔 17년 만에 갖는 첫 단독 콘서트다.
조정은은 “처음 하는 콘서트여서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이면서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 단독콘서트는 내가 어떤 배역을 하는게 아니라 조정은이라는 배우와 관객이 마주하는 거라서 내 개인적인 얘기를 주로 하게 될 것 같다. 올해 40대에 접어들었다. 조정은이라는 사람이 한 시즌을 마감하고 다음 시즌으로 새롭게 나아가는 의미의 콘서트”라고 첫 단독 콘서트를 여는 소감을 밝혔다.
단독 콘서트를 계기로 과거의 작품들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자주 갖고 있다는 조정은은 “어떤 작품은 꺼내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창피한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다시 꺼내보니 그때 참 열심히 했구나 하고 스스로 다시 평가하게 된다. 그때는 왜 그렇게 못하는 것에만 집중했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상황에 휩싸여 그 시간이 얼마나 좋은 시간인지 잘 몰랐다. 내가 가진 좋은 것들을 보지 못하고 없는 것을 채우려고 애썼던 시기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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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무대에서 늘 주인공으로 빛나던 그녀가 ‘배우로서 재능이 있나, 배우를 계속 하는 것이 옳은가’ 등의 고민들을 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질문이 많았다. 뮤지컬 밖에 몰랐고 뮤지컬이 제일 재미있어서 지금까지 왔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꿈이 주는 힘이 소진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유학을 갔고 거기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질문이 남아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서 선택한 일이 왜 제일 힘든 일이 됐을까 싶었다. 질문과 대답 결과 내가 제일 열정을 갖고 하고 싶은 일이 뮤지컬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연기에 대한 생각을 바꿔준 계기가 된 뮤지컬이 ‘드라큘라’(2014)다. ‘드라큘라’ 전에는 만들어진 이미지에 자신을 맞추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면 ‘드라큘라’에서는 만들어진 이미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각으로 배역의 캐릭터를 창조해가는 방식을 시도했다. 그 작업을 통해 연기의 재미를 새롭게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1년여 휴식한 이유에 대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작품을 찾다보니 늦어진 것”이라고 답했다. 드레스를 입고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보다는 적극적인 컬러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이유다. 그는 “외모나 목소리가 여성스럽다는 얘기를 듣는데 성격이 여성스럽지는 않다. 드레스를 입은 공주같은 역을 맡으면 스스로 갑갑하다고 느낀다. 아무리 드레스 입어도 자기 생각이라는 게 있어야 한다. 어렸을 때는 드레스 입는 캐릭터가 갑갑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였는지 ‘모래시계’의 혜린 역을 했을 때 해방감을 느꼈다. 내가 맡은 인물이 입체적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40대가 되면서 새로운 꿈도 생겼다. 좋은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꿈이다. 그는 “예전에는 일밖에 몰랐다. 일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았다. 그런데 지금은 ‘무엇이 제일 하고 싶은가’라고 물으면 작품이 아니라 좋은 가정을 이루고 싶다고 답하고 싶다. 결혼을 하면 한 사람으로서 많이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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