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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요즘 불금-불토를 책임지기 위해 여념이 없는 곳이 있다. 바로 SBS 금토극 ‘배가본드’와 JTBC 금토극 ‘나의 나라’ 두 드라마를 책임지는 제작사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다. 한시간 차로 시간대를 달리하기는 하지만 같은날 안방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두 드라마를 동시에 선보이는게 쉽지 않을텐데, 좋은 성적을 거두며 호평받고 있다. 특히 ‘배가본드’는 지난 방송에서 전국시청률 12.8%(닐슨코리아 집계)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우며 더욱 고무적이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박재삼(57)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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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에서 드라마 제작 부문을 맡고 있는 박재삼 대표는 “솔직히 금토 드라마를 격돌시키는게 부담된다. 하나가 잘 되어도 다른 하나가 안 되면 내가 책임져야한다”며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이내 “그래도 둘다 잘 되는 편이라 다행이다. 또, ‘배가본드’는 현대극이고 ‘나의 나라’는 사극이어서 차별점이 있고 소귀의 성과를 내서 천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두 드라마 모두 스케일이 큰데, 특히 ‘배가본드’는 기획단계부터 기대가 높은 프로젝트였다. 250억원이라는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해 모로코와 포르투갈 등 해외 로케이션도 많이 한 첩보물로서 사전제작으로 진행되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동안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이 선보여왔던 드라마들과 비교했을 때 대단한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박재삼 대표는 “드라마 제작사가 이런 규모의 제작비를 100% 감당하며 사전제작한 사례는 ‘배가본드’가 처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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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위험부담이 적지 않은 드라마였는데, 어떤 목표가 있었던 것일까. 박재삼 대표는 “(중국)한류는 막혀있고, 미국은 리메이크 형식이 아니면 직접 진출이 어렵다. 우리는 한국, 일본, 미국에 동시 방송할 수 있는 드라마를 선보이고 싶었다. 그 첫 시도로 ‘배가본드’를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왕 하는거 시원하게 하자고 계획했다. 첩보가 세계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007 시리즈처럼 어느 나라에서나 큰 반발 없이 받아들일것이라는 생각에 그 아이디어로 (장영철-정경순) 작가님들도 기획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느 대작들이 그렇듯 ‘배가본드’도 계획과 달리 해외 로케이션이 자꾸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차질이 있기도 했다. 박 대표는 “첫 시도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문화콘텐츠 산업 차원에서 새로운 판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준비도 많이 했는데, 그런 노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직원들이 노력해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며 안도했다. 촬영 지연에도 불구하고 해외 로케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넷플릭스가 ‘배가본드’의 해외 배급을 맡기로 하고 하면서 셀트리온의 숨통이 트인 것. 박재삼 대표는 “적자는 났지만 그 폭이 감수할 수 있을 정도에 그쳤고, 저희가 기대하는 드라마의 질이 나왔다”며 성과를 설명했다.
작품의 완성도는 공을 들인 만큼 성과로 이어졌다. 박 대표는 “다른 드라마는 해외에서 찍었다고 해도 한국에 있는 외국인 배우 썼다면, 우리는 현지 배우를 채용해 썼다. 촬영이 미흡하면 한국에 데리고 와서까지 촬영하고 보내고 그랬다. 모로코에서 다 못 찍고 세트에서 찍는을때 현지배우들은 다 모셔왔던거다. (비행기 추락사고)유가족들 촬영도 아무 바다나 가서 찍어도 될걸 모로코까지 다 데리고 가서 찍었다. 그런게 화면에 다르게 담기게 되는 것이다. 유인식 감독가 섬세한 것까지 잘 챙겨서 ‘너는 엑스트라니까’ 하는게 아니라 그런 관점에서 촬영하고 배려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뒤이어 박재삼 대표는 “촬영이 길어졌지만, 기다려준 배우들, 말없이 잘 따라준 직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면서 주연배우 이승기와 수지 등에게 거듭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촬영이 5~6개월 가량 늦게 시작했다. 그로 인해 촬영기간이 길어졌다. 이승기도 계약기간이 끝나는 시점이었는데 내색 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해줬다. 어느 누구 하나 ‘나 다른 작품 하고 다시 올게’ 하지도 않았다. 배우나 감독, 스태프들도 계약기간이 있는데 누구하나 문제 삼은 사람이 없었다. 그냥 믿어줬고, 그 과정에서도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뒤돌아봤다. 그러면서 “촬영 끝나고도 다같이 운동도 몇번 같이 하고, 모임도 하고, 여전히 서로들 너무 친하다. 드라마가 사전제작이라 이제 더이상 모일 이유가 없는데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다”고 이어갔다. 이승기와 신성록 등 주요 출연진들은 얼마전 이승기의 자택에 모여 ‘배가본드’ 단체관람을 한다고 모여 수지에게 깜짝 생일 파티를 해주는 등 친분이 남다르기도 하다.
남다른 팀워크인데, 박재삼 대표는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드라마는 늘 팀워크가 좋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어차피 사람이 하는거라 작가부터 감독, 배우, 스태프가 한 목소리를 낼 때 완성도가 나온다고 본다. 과정에 트러블이 생기면 그게 드라마에 담기게 된다고 생각한다. 제작비가 싼 작품이어도 한 마음이 될때는 다른 그림이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말하면서 “저희 회사에서 하는 드라마는 하나의 팀으로 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하며 일하는게 강점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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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강점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박재삼 대표는 “(설립이래)지난 8년동안 드라마를 제작해오면서 고소·고발 같은 트러블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그 근거를 댔다. 그는 “(2012년 작품인 KBS)‘왕가네 식구들’ 팀도 지금도 만나서 이야기한다”면서 “우리가 돈을 줬으니 돈준만큼 쓴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한팀으로 생각하고 일한다. 그게 그 누구보다 우리가 잘 한다고 자신하는 부분이고 저희 회사의 색깔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으로 종영까지 4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배가본드’에 대해 성과를 낸만큼 포상 계획은 없을까. 박대표는 “이미 추석때 전 스태프에게 1억원 보너스를 지급했다. 또 중간중간 한게 많다. ‘배가본드’에 대한 포상은 어느정도 다 끝이 나서 마지막 방송날 어떻게 할까 정도의 생각은 하고 있다. 다 모여서 볼까 감독님과 이야기중이다. 또 스태프들을 데리고 제주도에 가려고 했는데, 스태프들이 다 바빠서 공약으로 끝났다. 저희가 썼던 스태프 중에 시간이 되는 사람이 없더라”고 했다.
이렇듯 ‘배가본드’에 대해서는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박재삼 대표인데, ‘나의 나라’에 대해 물을 때는 조금 다른 자세를 보였다. 박 대표는 “‘나의 나라’는 JTBC와 협업하는 문전사(문화산업전문회사)가 따로 있어서 내가 주도적으로 이야기하기 조심스럽다”는 것.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나의나라문화산업전문회사와 ‘나의 나라’의 공동제작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그렇기에 제작에 대한 내밀한 발언에는 신중하면서도 박 대표는 “‘나의 나라’를 한주 한주 보면서 정통사극이라는 장르가 KBS에서 익숙한 장르인데 JTBC에서 과감하게 투자해준것도 감사하고,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이 잘 담긴 영상물이 넷플릭스를 통해 내보내지고 반응도 좋아서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꼼꼼하고 디테일하게 찍어서 끝날때까지 감사할 것 같다”고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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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