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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무턱대고 내세우고 실행하기에 너무 비중이 큰 사안이다. 실행에 앞서 리그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샐러리캡과 사치세 제도 모두 대다수 구단이 매년 수백억원씩 손해를 보는 ‘적자리그’에서는 적절치 못하다.
KBO(한국야구위원회) 실행위원회(단장회의)와 이사회(사장회의)가 나란히 샐러리캡 카드를 펼쳐보였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 FA(프리에이전트) 등급제에 따른 보상 규정완화와 FA 취득연수 1년 단축, 최저 연봉인상, 부상자명단 제도 등을 실행할 것을 내세우며 샐러리캡도 함께 도입할 뜻을 비췄다. 샐러리캡과 관련해 실행위원회와 이사회는 팀연봉 규모를 제한하는 하드캡이 아닌 소프트캡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덧붙여 샐러리캡을 통해 팀연봉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ML(메이저리그)처럼 사치세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샐러리캡과 사치세 제도 모두 기본전제는 ‘흑자 구조 활용’이다. 리그 전체의 수입, 그리고 각 구단의 수익을 계산해 샐러리캡과 사치세 부과 기준선을 선정한다. 샐러리캡을 시행하고 있는 NBA(미프로농구)와 NFL(미프로풋볼리그) 모두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다. 수익 규모에 따라 샐러리캡 기준선이 결정된다. 이듬해보다 수익규모가 커지면 샐러리캡 기준선 또한 올라간다. 반대로 수익이 줄어들면 기준선도 내려간다.
NBA는 매년 수익규모가 상승곡선을 그리며 샐러리캡 기준선도 올라가고 있다. NBA가 중국과 유럽 시청자를 사로잡는 글로벌 리그로 확장되면서 수익과 샐리리캡 규모가 비례하고 있다. 2015~2016시즌 샐러리캡 기준선은 약 7000만 달러였으나 2019~2020시즌 샐러리캡 기준선은 약 1억900만 달러에 달한다. 리그와 구단이 수익을 내면 선수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다.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협상 난항과 휴스턴 대럴 모리 단장의 홍콩지지 선언으로 인해 향후 샐러리캡 규모 축소가 예상된다. NBA와 수천억 달러 계약을 맺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물러날 경우 리그 수익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ML가 시행하는 사치세 제도도 기준선 산정 과정은 비슷하다. NBA처럼 기준선이 급격히 치솟지는 않아도 ML 또한 꾸준히 사체시 기준선이 올라가고 있다. 2018년 1억9700만 달러였던 사치세 기준선은 2019년 2억6000만 달러가 됐다.
KBO는 2018년 1월 정운찬 총재 취임시 산업화를 모토로 삼았다. 네이밍 스폰서십을 비롯한 스폰서 계약, 그리고 중계권 계약시 금액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KBO 한 해 매출과 순수익, 각 구단의 수익 구조는 공개하지 않는다. 분명한 점은 대다수 구단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모그룹 지원금 없이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KBL(프로농구)을 비롯한 타 종목이 샐러리캡을 시행하고 있으나 KBO리그와는 규모부터 차원이 다르다. 한 해 구단 운영비만 놓고봐도 타 종목과 KBO리그는 최대 10배 가량 차이난다. 타 종목처럼 안전장치를 목적으로 샐러리캡을 도입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KBO리그는 샐러리캡이나 사치세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리그 구조 개선부터 시행해야 한다. 덧붙여 투명하게 수익구조를 공개하고 흑자리그 전환을 향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현 상황에서 샐러리캡 혹은 사치세 제도 도입은 기준선 마련조차 불가능한 ‘언감생심(焉敢生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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