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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필구에 아직도 푹 빠져 있어요. 아직 제 몸에 들어있는 느낌이에요.”
아역 배우 김강훈(11)가 성인 연기자들 사이에서도 빛나는 존재감을 뽐내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필구앓이’를 하게 만들었다.
김강훈은 최근 종영한 KBS2 월화극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에서 동백(공효진 분)의 하나뿐인 아들 필구 역을 맡았다. 필구는 미혼모인 엄마를 위해 ‘애어른’이 된 아이다.
극중 필구는 8살이지만 실제 김강훈은 11살, 초등학교 4학년이다. 드라마 속 소리 지르는 ‘깡’넘치는 모습과 달리 실제 김강훈은 해맑은 웃음으로 기자들을 맞았다. 요즘 최고의 ‘핫스타’답게 여자친구에 대한 질문이 바로 등장했다. 앞서 지난주 방송된 KBS2 ‘해피투게더4’에서 여자친구의 존재를 밝혀 더욱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에대해 김강훈은 “기사가 터질 줄 몰랐다”는 첫 마디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강훈은 앞서 방송에서와 같이 “여자친구와 220일 됐다”고 말문을 연뒤 “제가 먼저 고백했다. 제 눈에는 아이린을 닮은 거 같다”고 또 한번 환한 미소로 주위를 사로잡았다.
또한 종영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드라마를 마쳐서 아쉽다. 다 옹산에 그대로 살 거 같고 중기네 아줌마가도 거기 서 있을 거 같고, 아쉽다”면서 “‘깡필구’라는 별명처럼 깡 있고, 애어른 같은 친구다. ‘나는 8살인데 왜 엄마를 지켜야 돼!’ 하는거 보면 철든 아이 같다”고 기억했다.
김강훈은 ‘동백꽃’에서 어린 나이임에도 깊이 있는 감정 열연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자신이 미혼모인 동백의 ‘혹’이라는 얘기를 듣고 “자기 엄마가 결혼하는 기분을 엄마가 알아?”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먹먹한 여운을 안겼다. 실제로도 김강훈은 가장 만족하는 장면으로 눈물신을 꼽았다. “18회에서 아빠 강종렬(김지석 분)네 집으로 가면서 차 안에서 우는 장면을 찍으며 진짜로 울었다. 감정을 잡은게 아니라 그냥 상황이 너무 슬퍼서 울었던 거 같다”며, 집 비밀번호를 바꾼 동백에게 ‘지구가 멸망한 것 같았다’며 펑펑 운 신과 관련해서는 “원래 동백 엄마가 한 대 때리는 건데 내가 감정이 잘 안잡혀서 못 울었다”면서 “그런데 두 대 때려줘서 눈물이 핑 고였다”고 에피소드를 고백하기도 했다.
김강훈은 자신의 눈물 연기 비결에 대해 “감정 연기를 할 때 옛날에는 엄마가 죽는걸 생각했는데 지금은 필구의 상황을 생각하게 되는 거 같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함께 있던 차영훈 PD는 “강훈이의 연기가 성장하는게 작품 중에 보였다. 사춘기가 오는 건가,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18부는 강훈이가 이끌어간 회였다”며 “아빠 강종렬에게 갔다가 엄마 동백에게 돌아온 필구의 감정 연기는 독보적이었고, 감동을 이끌어줘 장하고 대견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뷔페 신을 꼽았다. 19회에서 강종렬에게 필구는 “다 싫어요. 다 싫다는데 왜 자꾸 말 걸어요. 왜 내편 들어줘요”라고 눈물을 쏟는다. 사실 필구는 강종렬이 친부임을 알고 있었던 것. 이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쿵’ 내려앉게 만든 장면이었다. 김강훈은 “닭봉을 먹다 우는 장면이었는데 닭봉 양념이 자꾸 눈에 들어가서 따가웠다. 정말 너무 기억에 남는다”고 비화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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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부상 투혼도 언급했다. “야구공에 맞는 장면이 있었는데, 실제로 세게 맞아서 피멍이 들기도 했다. 아팠던 기억이 있다”는 김강훈의 말에 당황한 차 PD는 “진짜 야구공이 아닌 가짜 공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멍이 들었다고 해서 마음 깊이 사과했다”며 즉석에서 김강훈에게 “미안했어”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김강훈은 또한 ‘동백꽃’에 대해 “따뜻한 드라마”라고 회상했다. 드라마 주요 키워드였던 ‘모성애’에 이야기 하던 중 김강훈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냐고 말에 “정숙(이정은 분) 할머니의 편지 속 마지막 줄에 ‘엄마는 널 영원히 사랑했어’라는 말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실제로 울었다. 엄마는 없어선 안될 존재 같다”고 엄마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극중 엄마였던 공효진에 대해선 “동백이 엄마가 저랑 연락할 때 아들이라고 하는데 정말 엄마처럼 대해주셔서 진짜 엄마 같았다”며 “슛 들어가기 전에 이 신에서는 어떻게 울어야 할지 알려주시고 어떤 애드리브를 해보자고 말씀하셨다. 정말 엄마 같아서 마음 편하게 물어볼 수 있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특히 그는 롤모델이 강하늘이라며 “강하늘처럼 착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하늘이 형이 스태프 한분 한분에게 모두 고개 숙여 인사하는게 정말 신기했다. 나도 형처럼 착한 연기자로 크고 싶다.”
김강훈은 올해 ‘동백꽃’뿐만 아니라 영화 ‘엑시트’ ‘변신’ ‘블랙머니’에도 출연하며 어느 성인연기자 못지않은 열일을 했다. 내년에는 넷플릭스 ‘킹덤’ 시즌2 등에도 등장한다. 배우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처음에는 엄마 손에 이끌려 갔다”고 말해 웃음을 안긴 김강훈은 “5살, 6살 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연기가 싫었는데 9살 때부터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거 같다. 연기가 재밌어졌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김강훈은 “연기 잘한다는 칭찬이 인상 깊었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데 연기 잘한다고 해주시니까 좋고 고마웠다”고 배우로서 보람을 느낄 때를 이야기했다.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다가도 대사를 외우는 비법이 있냐고 묻자 “엄마가 이거만 외우면 밖에 나가서 놀아도 된다고 해서 외우기 시작했는데, 그거 때문에 점점 빨리 외우는 거 같다”고 남다른(?) 비결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차 PD는 김강훈이 유승호, 여진구를 잇는 배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래의 좋은 배우들이 많이 있지만, 강훈이는 압도적인 감정 표현력이 있는 친구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감정이나 경험이 그만큼 작을 수밖에 없는데 상상력이 큰 거 같다. 이제는 캐릭터와 동질화 되어 작품에 빠져 감정을 표현해내기 시작한다”고 김강훈의 물오른 연기력에 대해 칭찬했다.
끝으로 연기는 무엇이냐는 물음에 김강훈은 “일상이죠”라고 답했다. “친구들은 학교가고 노는게 일상인데 저는 연기가 일상이라서 매일 연기한다”는 김강훈은 나이는 어리지만 누구보다 빛나는 연기 열정을 가진 배우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KBS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