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독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서현진이 기간제 교사로 사회생활에 첫 발을 디뎠다. 모든 게 서툴러 힘이 드는데, 낙하산이라는 오해까지 더해져 인생의 쓴맛을 봤다.

16일 첫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에서는 고하늘(서현진 분)이 기간제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와 실제 꿈을 이룬 모습이 그려졌다.

‘블랙독’ 시작은 고하늘이 왜 교사가 된 건지 그 배경에 대한 에피소드로 채워졌다. 고하늘은 고등학생 때 수학여행을 가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반 친구들은 전복된 버스에서 대피했지만 고하늘만 버스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긴박한 상황에 직면했다.

함께 동승했던 기간제 교사 김영하(태인호 분)는 구조돼 경찰의 보호 아래 있었지만, 고하늘을 구하기 위해 다시 버스로 돌아갔다. 김영하는 고하늘을 살리는데 성공했지만 자신은 사고 현장을 빠져나가지 못해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김영하는 안타깝게 순직했지만 기간제 교사라 보험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학교 측은 “진짜 선생님이 아닌 계약직 선생님이라 그렇다”라고 선을 그어 유가족을 더 괴롭게 했다. 이 장면을 목격한 고하늘은 교사가 되어 기간제 교사로서 김영하가 겪었던 고충과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오롯이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성인이 된 고하늘은 교사가 되기 위해 여전히 분투를 이어가던 중, 대치고등학교 기간제 교사 면접 기회가 주어지는 희소식을 접했다. 고하늘 아버지 고성철(맹상훈 분)은 고하늘에게 “기간제 교사면 어떠냐. 다 같은 선생님이다”라며 응원했다.

블랙독

대치고 진학부장 박성순(라미란 분)은 기간제 교사 중, 낙하산이 있다는 풍문을 듣고 불쾌해했다. 이어 면접을 볼 기간제 교사 이력서를 살피며 “걸려봐. 죽었어”라며 이를 갈았다.

박성순은 고하늘을 포함한 세 명의 지원자 면접을 지켜봤다. 고하늘은 시범 강의 시간에서 당당하고 야무진 태도를 보여 대치고 교사들의 눈에 띌 수 있었다. 하지만 수업 방향에 대해 말할 때는 실수를 범해 합격과 멀어지는 듯 싶었다.

며칠 후 다행스럽게도 고하늘은 대치고 기간제 교사 최종 합격자 명단에 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낙하산 채용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고하늘 어머니 문소녀(김정영 분)가 남동생인 대치고 교무부장 문수호(정해균 분)에게 고하늘을 내정해달라고 힘쓴 거였다. 고하늘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다.

고하늘의 동료 교사들도 고하늘이 교무부장 라인이란 걸 알게 되면서 모두 고하늘을 피했다. 같은 대치고 소속 교사 도연우(하준 분) 역시 이를 알고 고하늘을 냉대했다.

결국 고하늘은 문수호를 찾아, 자신에게 왜 내정 사실을 비밀로 했는지 따져 물었다. 문수호는 문소녀가 부탁한 것이라고 알리며 “부모 등골 또 뽑아먹을 거야? 여기 스펙 쌓기 좋아. 현장 경험 쌓고 임용시험 쳐. 해볼 만한 게임이야”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응했다. 고하늘은 이에 실소를 보이며 어처구니없어했다. 이 상황을 몰래 지켜보던 박성순은 고하늘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었다.

박성순은 고하늘의 짐을 싸는 듯한 행동에 “멋있는 것만 골라 하며 선생님 소리 듣고 싶은 거면 지금 나가도 좋다. 먼저 학생 포기하는 선생은 선생 자격 없는 거다”라고 촌철살인 멘트를 날렸다. 이에 고하늘은 빈 교실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물을 쏟았고 자신을 위해 희생한 김영하를 떠올렸다.

극 말미 고하늘은 다시 정장을 입고 학교로 출근했다. 그의 내레이션이 굳은 심지를 대변했다. “만약 당신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있다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둠에 적응할 때까지 지키고 앉아있는 것뿐이다”.

서현진이 뜻밖의 위기로 소중한 꿈까지 포기하려고 했지만, 태인호에 대한 기억이 버팀목이 돼 다시 일어섰다. 무엇보다 라미란의 충고 또한 서현진에게 힘을 준 배경이 돼, 두 사람이 어떤 케미를 그릴지 다음 전개에 더욱 궁금증을 안겼다. ‘블랙독’이 서현진, 라미란, 하준, 이창훈의 안정된 연기력과 먹먹하고 감동적인 전개로 순항을 시작했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