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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혐의로 기소된 ‘삼성 2인자’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 의장과 함께 조직적으로 노조와해 공작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삼성그룹과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들도 줄줄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7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의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상훈 의장과 함께 와해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강 부사장은 앞서 에버랜드 노조와해 의혹 사건으로도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은 상태다.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 박용기 삼성전자 부회장,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 등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을 포함해 총 32명을 재판에 넘겼고 법원은 이들 중 26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징역 1년 2개월),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징역 1년),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징역 1년 6개월) 등 전·현직 임직원들도 이날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삼성전자의 노사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노무사와 노사협상 등에 개입한 전직 정보경찰 등 두 명도 실형을 선고받아, 이날 하루에만 7명이 무더기로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의장 등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2013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일명 ‘그린화 작업’으로 불리는 노조와해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수립해 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등 자회사에는 대응 태스크포스(TF)와 상황실 등이 설치돼 전략을 구체화하고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강성 노조가 설립된 하청업체를 폐업시켜 노조원들을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하고, 노조원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빼돌리고 표적 감사를 벌이기도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회삿돈을 빼돌려 사망한 노조원 유족에 무마용 금품을 건네거나, 노사 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한 혐의 등도 드러났다. 이 과정에 경총 임직원이나 정보 경찰이 개입한 정황도 발견됐다.

재판부는 이런 혐의 중 일부를 제외한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에서 만든 ‘노사전략 문건’이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 순으로 이어진 공모관계에 따라 실행됐다는 검찰의 공소사실 구도를 재판부는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전실에서 하달돼 각 계열사와 자회사로 배포된 연도별 그룹 노사전략 문건과 각종 보고자료 등 노조 와해·고사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 방법을 기재한 문건의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 문건들을 굳이 해석할 필요 없이 그 자체로 범행의 모의와 실행, 공모까지 인정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이를 실무자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일 뿐 고위층에 보고되거나 실제 시행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미래전략실 강경훈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상훈에 이르기까지 노조 와해·고사 전략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를 사실상 자신의 하부조직처럼 운영했고, 수리기사들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세력의 약화를 위해 지배개입을 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이런 판단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직접 관리하면서 명목상 도급계약을 위장했다는 혐의(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도 유죄로 판결했다. 이는 고용노동부와 관련 민사사건의 하급심 결론과 다르다는 점에서 향후 상급심 판단이 주목된다.

한편 재판부는 양벌규정으로 기소된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에는 벌금 7400만원을 부과했지만, 삼성전자에는 “이상훈 의장은 CFO이지 법적인 대표자라고 할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법률상 대표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상훈이 사실상 대표권을 행사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다만 이상훈 의장에 대해서는 “본인이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하지만, 윗사람의 공모·가담에 대해 단지 지엽적인 부분을 몰랐다는 이유로 면책해드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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