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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그땐 그렇게 어려울 줄 몰랐네요.”
2006년 10월30일 한국시리즈 6차전이 열리던 잠실구장,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선택한 결정구에 한화 외인타자 제이 데이비스의 방망이가 시원하게 헛돌았다. 우승을 확정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채워지자 그라운드로 뛰어든 삼성 선수들에게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이날 이들의 영광 뒤에는 그저 선배들을 묵묵히 지켜보던 스무 살의 신인 투수가 있었다. “난 엔트리에는 없었다. 선동열 감독님이 견학 차원에서 데리고 다녀주셨다. 1군은 이런 무대구나, 이렇게 큰 경기를 하는구나, 우승하면 이런 분위기가 되는구나 등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며 당시를 돌이키던 김상수(32·키움)의 목소리엔 이내 씁쓸함이 남았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우승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는데, 벌써 14년 전 일이 됐다. 매년 우승팀이 하나는 나오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게 그렇게 어렵더라”는 회한이 덧붙었다.
실제로 그 이후 김상수는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상무에서 군 생활을 한 후 돌아온 삼성에서 2시즌을 더 뛰었으나 2008년에는 SK, 2009년에는 KIA가 돌아가면서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후 넥센(현 키움)에서도 가을 맛은 봤지만 한국시리즈의 문턱은 높았다. 지난해 다 잡았던 기회를 놓친 건 그래서 더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가며 분위기를 탔지만, 두산을 상대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40홀드’라는 최초 기록으로 개인 타이틀을 따내고도 “좋은 한 해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자평하는 이유다.
김상수는 2020시즌을 끝으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받는다. 얼어붙은 시장 속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여느 해보다 개인 성적표가 중요한 상황, 그러나 올해도 주장의 무게를 견디기로 했다.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손혁 감독의 특별한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상수는 “주장 역할이 보통이 아니더라. 팀이 연패한다거나 안 좋은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내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서 예민해지고 신경이 쓰였다. 야구에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런데 오시자마자 첫 마디가 ‘올해까지는 부탁한다’였다. SK에서 바라봤던 키움이 그만큼 분위기가 괜찮았나 해서 기분이 좋았다.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실 것 같아서 바로 알겠다고 했다”고 웃었다.
새해 목표는 결국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다. “2등도 물론 힘든 싸움을 잘 해서 얻은 성적표다. 그러나 준우승 정도로는 안 된다. 선수들에게 우승은 정말 큰 커리어다. 팀 목표는 다른 것 필요 없이 우승”이라고 정리한 그는 “지난해에는 동료들의 도움과 감독님의 기회에 힘입어 40홀드를 했다. 올해는 내 힘으로 해내고 싶다. 3점대로 높았던 평균자책점도 1점대로 떨어뜨리는 게 목표다. 내가 키움에 꼭 필요한 투수라는 걸 감독님, 동료들은 물론 팬들에게도 각인시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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