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
가수 박경. 출처|박경 인스타그램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왜 가수들은 음원차트 톱 1위에 목숨을 걸게 됐을까.

“차트별 1위 만드는데 3억원”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도는 가요계의 음원사재기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가수 박경이 경찰조사를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10일.

트위터에서는 “#내 돈은_내가 듣는 음악에만”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음원사용료 정산 방식을 바꾼 네이버의 음악플랫폼 바이브(VIBE)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박경의 발언과 해시태그의 구호는 별개로 보이지만 하나로 연결되는 이야기다.

바로 음원차트 톱 100에 과도하게 지급되는 음원사용료가 ‘음원사재기’라는 음원순위조작 프로그램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내 음원사이트는 음원사용료를 비례배분제 방식으로 정산한다. 전체 음원 재생수에서 특정 음원 재생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음원사용료를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 비중은 통상 음원순위 1~100위 순으로 나눠진다.

즉 내가 주로 듣는 아티스트에게 음원저작권료가 지급되는 방식이 아니라, 음원차트의 인기순위에 따라 음원사용료가 정산된다는 것.

바이브는 9일 업계 최초로 이용자가 들은 음악을 기준으로 음원사용료를 책정, 저작권자에게 전달하도록 정산 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작권자가 재생 관련 데이터와 정산액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왜 그러면 지금까지 대부분의 음악스트리밍 사이트는 비례배분제를 사용했던 걸까.

네이버VIBE
네이버의 음악스트리밍 서비스 ‘바이브(VIBE)’가 9일 음원저작권 정산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출처|바이브

가요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각 개인이 듣는 음악을 정확히 수집해 정보를 모을 기술이 부족했다. 바이브가 이런 방식을 적용한다는 건 개개인의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건데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아주 대단한 시도다”라고 평가했다.

사실 지금까지 가요계에서 음원사재기가 음성적으로 횡행했던 것은 어찌됐든 음원저작권료를 많이 받으려면 톱 100위 안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가요계가 앨범시장에서 음원시장으로 바뀌고, 또 각 음원사이트에서 개인이 지불하는 방식이 정액권, 정기권, 스트리밍권 이렇게 되어있으니까 이걸 정확히 얼마나 소비자가 들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이때문에 톱100 순위에 의존해 저작권료가 지급됐던게 사실이고, 이런 관행이 음원사재기를 부추긴 면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바이브의 시도가 인디음악이나 밴드음악 등 비주류 가수들에게 좋은 일이 될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히트곡 위주로 듣는 사용자들이 많아) 100위권 안의 가수들이 기존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시장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이번 VIBE의 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과거보다 더 다양한 음악이 만들어지는 음악시장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전망했다.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