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진 국제 심판
고형진 국제 심판이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마친 뒤 미소짓고 있다. 이용수기자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온 국민이 코로나19로 겪는 고난과 역경을 하늘의 도움으로 끝냈으면 좋겠다.”

모두가 염원하듯 K리그의 구성원인 고형진(37) 국제 심판 역시 하루 빨리 코로나19의 위협에서 벗어나길 기원하고 있다. K리그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잠정 연기되면서 큰 차질을 빚은 건 선수뿐 아니라 경기를 운영하는 심판도 같다. 수많은 경기를 치르고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남자 월드컵을 경험한 베테랑도 현재 상황이 낯설기는 마찬가지. 2009년부터 국제 심판으로 활약 중인 고 심판은 “심판들도 선수처럼 한 시즌을 뛰어야 한다. 그래서 시즌에 맞춰서 경기 규칙 이해도나 실전 감각 등을 끌어올린 상태인데 연습 경기도 못하고 있으니 밸런스가 무너지고 있다”며 “각자 경기 규칙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애로사항을 전했다.

더구나 지난 시즌 오랜만에 찾아온 축구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심판계도 노력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에는 비디오판독(VAR·VideoAssistantReferee) 강사부터 체력강사, 경기분석관, 스페셜 레프리 등 체계적으로 심판 판정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다. 지난달 11~22일에는 제주도에서 세미나를 열어 보다 정확하게 판정할 수 있도록 훈련했다. 고 심판은 “겨울동안 철저하게 준비했다. 심판 위원장을 비롯한 심판위원회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 대중과 소통하고 좋은 정책을 가지고 시작해보려는 단계였는데…”라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고형진 국제 심판
고형진 주심이 K리그 경기를 주관하고 있다. 제공 | 본인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게 한치 앞을 모르는 게 현실이다. 고형진 심판 역시 지난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따른 해외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쿠웨이트 출장을 가서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헬스장에 들어섰다. 그때만해도 중국 확진자의 확산세로 전세계가 경계하던 시기였다. 우리를 중국인으로 봤는지 우연찮게 모두 헬스장에서 나가더라.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안심시켜줬지만 이미 나간 사람들은 들어오지 않았다”고 코로나19와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다.

현실로 바뀐 코로나19 여파는 고 심판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그는 “경기력이 제일 고민인데, 경기가 없으니 유지하기 힘들다. 그걸 스스로 커버해야 되는데, 집중력에서 갈릴 수 있다”면서도 한국 축구 일원으로 겪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고 주심은 “2019년 K리그가 소위 말해 ‘대박’쳤다. 흥행을 이어오는 단계에서 코로나19가 터져 염려된다. 경기장에 관중이 꽉차면 오면 우리도 신난다. 그러면서 좋은 판정이 나오는 것”이라며 “하루 빨리 코로나19 여파가 해결됐으면 좋겠다. 더 이상 대한민국에 고난과 역경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늘이 도와줘서 4월에 모든 스포츠가 활기를 띄워야 국민 모두 스트레스가 풀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고형진 주심
제공 | 고형진 주심

고 심판은 K리그 재개를 간절하게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약속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모든 심판은 정확한 판정을 목표한다. 올해에도 (K리그가 개막하면) 지난해 분위기를 잘 이끌어내서 우리도 실수하지 않도록 판정할 것”이라며 “매 경기 소소한 실수는 할 수 있다. 아무리 유능한 심판도 실수한다. 다만 승패에 연관된 큰 실수는 안하도록 체력, 영상 교육, 규칙 공부, 소통 등으로 다양하게 준비하며 노력 중”이라고 약속했다.

pur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