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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지적인 이미지? 실제로도 똑똑해요.(웃음)”

KBS2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하 사풀인풀)에서 재벌 3세 도진우로 열연을 펼친 배우 오민석(40)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최근 출연한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를 통해 일상을 공개하며 뜨거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평소 작품 속에서 주로 재벌2세 혹은 엘리트적인 전문직을 맡아온 이미지와 달리, 어머니 바로 옆집에 살며 설거지도 빨래도 어머니에게 의지하는 철부지 아들의 모습을 보였던 것. 방송 이후 오민석의 소탈한 매력에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일각에선 부모님에게 의지하는 ‘캥거루족’의 모습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미우새’ 출연 후 반응에 대해 “어머니께서는 방송에 제가 못난 아들로 나오니까 속상해하셨다”고 운을 뗀 오민석은 “그런데 솔직히 전 리얼하게 나와서 재미있었다. ‘기생충’ ‘민석충’이라고 욕도 많이 먹었다. 저 역시도 너무 리얼하게 나와서 놀랐고, 이미지 걱정이 되긴 했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변해가고 만회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은 빨래도 직접 하고, 설거지 그릇에 물도 받아 놓는다”고 웃었다.

배우로서 일상을 드러내야 하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 같다는 말에는 “큰 결심을 안 했다. 그래서 문제였던 거 같다”는 재치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민석은 “어떤 결정이든 연기와 연관 지어서 생각하는 편이다. 배우로서 제 이미지가 딱딱하고 차갑고 다가가기 힘든 이미지라면, 이걸 벗길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연기를 통해 바꿔 나가기엔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았다. 비슷한 역할만 주어지니 계속 비슷한 연기만 보여드리게 되기 때문이다”며 “그런데 ‘미우새’를 하면서 비록 욕은 먹더라도 ‘되게 의왼데?’라는 반응을 얻는다면 역할적인 측면에 있어서 선택지가 더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출연이유를 밝혔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이미지를 벗었으니 만족한다는 오민석은 ‘미우새’에 또 다시 출연을 예고했다. “‘미우새’랑 잘 맞는 거 같다”고 웃음 지은 그는 “기존에 가진 이미지 외에 다른 모습이 있다는걸 캐릭터로 보여주고 싶은건 모든 배우들의 욕심일 거다. 저 역시 다른 도전을 하고 싶은 욕심이 늘 있다. 물론 다양한 반응에 놀라기도 했지만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탈바꿈하고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는 무엇일지에 대한 물음에 “제 이미지에 반전을 줄 수 있는 역할이라면 다 도전하고 싶다”고 답한 오민석은 “스펙트럼이 넓어졌으면 좋겠다. 바보같은 허당기있고 코믹스러운 역할도 많이 해보고 싶고 연민이 느껴지는 역할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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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SBS ‘나도야 간다’로 데뷔한 오민석은 tvN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 MBC ‘킬미, 힐미’, ‘왕은 사랑한다’, KBS2 ‘추리의 여왕 시즌2’ 등에 출연했다. 특히 대표작 tvN ‘미생’을 만나 이성적이고 철두철미한 엘리트 ‘강대리’ 역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이는 오민석에게 행운이기도 했지만 아직 풀지 못한 숙제이기도 하다.

강대리의 지적인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는 없느냐고 묻자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로도 인텔리적이다”라고 너스레를 떤 오민석은 “그런데 허술하다. 지적으로 봐주시는건 제가 갖고 있는 좋은 무기구나 싶다. 강대리 이미지를 벗어나는건 제가 해내야 되는 숙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고등학교를 캐나다에서 유학을 하며 보낸 그는 이후 경희대 경영학과를 전공한 숨은 ‘뇌섹남’이다.

올해로 40대에 접어든 오민석. “예전에는 막내였는데 이젠 선생님들을 제외하고는 제일 연장자더라. 이제 동생들도 챙기고, 선생님들께도 잘 해야 해서 행동 하나하나에도 신중하게 된다”는 그다. 30대의 ‘배우 오민석’을 돌아보며 “연기를 너무 잘 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했다. 그렇게 후다닥 지나가 버렸다”고 했다.

40대의 오민석은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지금은 큰 욕심 부리지 말고 차근차근 해나가는 중이다. 인생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지 않듯 연기도 생각한 대로 되지 않더라. 역할도 인연처럼 다가온다. 그런 상황에서 말도 안되는 큰 욕심 부리기보단 나에게 주어진 걸 책임감 있게 잘 해나가다 보면 결국엔 연기자로 지향점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한다”며 “지금도 잘 왔는지 잘 가고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다만 예전에 비하면 어느정도 여유가 생긴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그는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국민들이 인정해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 잘하고 믿고 볼 만 하다는 평가를 받는게 목표다”라며 “좋은 한 작품을 만나 확 뜨는 것보단 차근차근 뚝심있게 단단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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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