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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강남3구와 용산 등 서울 아파트시장 가격상승세를 이끌던 선도지역에서 고가주택의 거래비중이 크게 줄었다.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제한과 보유세 강화, 자금출처 조사 등 연이어 발표된 강력한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
㈜직방(대표 안성우)이 거래시장이 절정기에 이른 2019년과 12.16대책 직후인 2020년(2020년 4월 16일 공개자료 기준, 3월까지 거래량)의 서울아파트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고가주택인 15억 초과 거래된 아파트 비중을 살펴보면 서초구가 16.3%p(53.8%→37.5%), 용산이 9.4%p(32.9%→23.5%) 감소하며 감소폭이 컸고 강남(↓8.0%p)과 송파(↓5.8%p)도 기타 자치구보다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9억초과~15억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강남(↓4.4%p)을 제외하고는 서초(↑1.1%p), 송파(↑1.2%p), 용산(↑2.0%p)이 모두 증가하며 대조된 모습을 보였다. 2019년까지 9억초과~15억이하 가격구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 곳은 마포·동작·성동·광진이었지만, 고가주택에 대한 매수세 감소로 강남3구 및 용산에서 그 비중을 높여가며 9억초과~15억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직방 측은 “이처럼 고가주택 시장을 리딩한 지역에서 고가주택 거래비중이 감소한 주요 원인은 대출규제, 자금출처조사 등 직접적인 규제도 있지만, 증여와 같이 대체거래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 중 거래원인이 증여인 거래량은 2017년 7408건에서 2018년 1만5397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2019년에도 1만2514건을 기록했다. 비중으로 보면 전체거래 중 증여의 비율이 2018년 이전에는 2~4% 내외였지만, 2019년 9.7%까지 급등한 것이다. 특히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3구 일대에서 그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2017년 2041건에서 2018년 5183건, 2019년 3130건을 기록했으며, 비중으로는 2018년 최고 17.4%까지 나타났다.
2020년에도 증여의 비율은 전체 거래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신고분인 증여성 매매(특수관계인간 거래 시 최근 3개월 거래가액 기준 최고가액의 30%, 3억 한도까지 거래신고가 가능하며, 전세를 함께 넘기는 경우 소액으로 취득가능)거래까지 감안하면 실제비중은 공개된 수치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3구와 용산 등 주요지역에서의 고가주택 거래비중이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고가주택은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강남의 평균거래가격은 16.0억, 서초 13.8억, 용산 12.7억, 송파 11.2억 등 모두 10억을 넘어섰다. 2019년에 비해 평균거래가격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고가주택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강남을 겨냥한 핀셋형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남권역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이유는 결국 재건축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투자상품으로 각광받던 재건축 사업장들 다수가 사업종료 후 신축으로 회귀하며 가격을 끌어올렸고,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또다른 사업장들이 기대심리로 시장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가주택시장에서 강남권역이 차지하는 상징성은 여전하지만, 그 비중은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10분위 가격분포를 살펴보면 2010년 상위 10%에 해당하는 10분위의 가격하한선은 9.1억이었지만, 2019년에는 15.5억으로 약 70.3% 상승했다가, 2020년 11.2억으로 다소 조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가격의 하한선만 조정된 것이 아니라 거래가격 상위 10%에 해당하는 아파트들의 지역도 조정된 것이다. 2018년에는 거래가격 상위 10%에 해당하는 아파트들의 입지가 강남 29.3% 서초 23.4%. 송파 17.2%, 용산 8.5% 등 이른바 부촌으로 상징되는 지역들에서 78.3%를 차지했다. 2019년에는 강남 37.0%, 서초 22.0%, 송파 21.4%, 용산 6.3%로 총 86.6%가 이들 지역에서 거래되며 상위 10% 고가주택의 지역 쏠림이 심화됐다. 하지만 2020년에는 강남 17.8%, 송파 16.1%, 서초 12.7%, 용산 5.8%로 상위 10% 비중이 52.4%로 대폭 축소됐다. 반면 성동 9.4% 영등포 5.9% 동작 5.2% 마포 5.1% 등 재개발사업 후 신축아파트가 입주하며 비강남권 시장을 리딩하는 지역들이 거래가격 상위 10% 지역에 대거 포진했다.
저금리 영향에 따른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추가재제의 시그널에 시장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중이다. 일부에서는 6월 양도세 중과 한시감면 기간종료를 앞두고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서 급매로 소진되며 가격이 하락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를 일반화로 시키기에는 아직 케이스가 부족한 편이다. 투자자 선호도가 높은 강남권의 신축이나 사업속도가 빠른 재건축 단지들은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3구의 고가주택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지속되면서, 거래시장에서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 비(非)강남권역에서 새로운 고가주택들이 나오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부족한 신축 공급’, 그리고 ‘저금리’와 같은 가격상승 요인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투영되면서 새로운 고가주택이 탄생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 등 특정지역의 국지성이 아닌 한강변을 중심으로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가격차이에 따른 진입장벽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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