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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한국 드라마가 기존의 뻔한 틀을 깨고 새로운 변주로 사랑 받고 있다.
한국드라마는 국내 뿐 아니라 넷플릭스 등 다양한 OTT로도 시청할 수 있게 되면서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과거 ‘가을동화’, ‘겨울연가’, ‘태왕사신기’ 등과 같이 K드라마 열풍이 다시 불고 있는 것. 미국 타임지에서도 ‘킹덤’,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를 추천작을 공개했을 정도다.
하지만 사랑받는 이유는 다소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백마탄 왕자님을 만난 여주인공, 어떠한 시련에도 애절한 사랑, 화목한 대가족의 일상 등이 주된 소재였다면 이제는 캐릭터도 형식도 관습을 깬 드라마가 각광받는 시대다. 신데렐라 이야기, 결혼이 미덕으로 꼽히는 등의 클리셰 가득한 드라마는 외면 받기 십상이다.
최근 시작하거나, 방영을 앞둔 드라마들도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해 호평받고 있다. 30% 가까이 높은 시청률로 사랑받고 있는 KBS2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돌싱(돌아온 싱글)’으로 불리는 이혼남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혼 스토리로 시작하지만 끝내 사랑과 가족애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과거에는 이혼이 삶의 흠집이라도 된양, 숨겨야 했던 것과 달리 바뀐 인식이 그대로 드라마에도 묻어난다. 지난 14일 첫방송한 tvN ‘오 마이 베이비’도 마흔을 앞둔 육아지 차장 장하리(장나라 분)가 아이는 갖고 싶지만 결혼의 필요성은 굳이 느끼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지며, 마치 결혼이 미덕처럼 꼽혔던 과거와 달리 비혼주의라는 새로운 관념들도 생긴 현실을 앞세워 공감을 사고 있다.
이외에도 회사 내 부장과 인턴의 갑을관계가 바뀌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는 MBC ‘꼰대인턴’은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 등으로 불리는 소위 ‘꼰대’ 문화를 드라마 소재로 차용하며 직장인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무시받던 여성 국정원들의 활약을 담은 SBS ‘굿캐스팅’, 모범생이어도 충분히 일탈을 할 수 있다며 기존의 선입견을 깬 넷플릭스 ‘인간수업’ 등 다양한 시대상을 반영한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최근들어서는 화려한 CG와 판타지스러운 드라마들이 연이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삶과 동떨어져있기 때문이다. 지친 현대 사회 속에서 현실 반영이 된 드라마로 대리만족 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드라마 제작 환경도 변화했다. 그 중심에는 ‘응답하라’, ‘슬기로운’ 시리즈의 신원호 PD가 있다. 편집도 직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6부작이 대세였던 것과 달리 12부작 등 새로운 방식도 고수하고 있다. 나아가 의학드라마라고 해서 병원 이야기만 다루지 않고, 기대작이라고 해서 스타만 쓰지 않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능형 드라마의 시초로 기존 드라마 제작의 형식을 파했다. 늘 연기력이 뒷받침 된 신인 또는 중고신인을 발굴해 주요 역할로 발탁하시는 새로운 시도 등 한국드라마 발전에 큰 공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처럼 과거에는 첫회만 봐도 결말이 그려지고,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 서사도 뻔했던 것과 판이하게 다르다. 그 사이, 시청자들의 눈도 높아졌다.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 형식의 드라마들이 연이어 선보여지면서 한국드라마도 더불어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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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tvN, KBS2, M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