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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정용이 24일 잠실 두산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 LG 트윈스 제공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그만큼 첫 번째 페이지부터 강렬했다. LG 신예 우투수 이정용(24)이 마침내 1군 데뷔전에 임했다. 불펜진이 최악의 위기와 마주한 가운데 지명 당시 기대했던 모습을 고스란히 펼쳐보이며 희망투를 던졌다.

이정용은 지난 24일 잠실 두산전 7회에 마운드에 올라 2이닝 2안타 1탈삼진 무실점했다. 7회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첫 타자 최주환과 승부에서 실투성 슬라이더를 던져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허경민에게 유격수 땅볼 병살타를 유도해 한 숨을 돌리더니 다음 타자 오재원과 승부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볼카운트 0-1 이후 내리 패스트볼 3개를 구사하며 오재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공이 무섭게 포수 유강남의 미트로 빨려들어갔고 오재원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8회말에도 등판한 이정용은 자신감이 붙은 듯 패스트볼 위주로 적극적으로 승부하며 무실점 경기를 완성했다. 트랙맨으로 측정된 이날 최고 분당회전수(RPM)는 2507, 최고 구속은 147㎞였다. RPM만 놓고 보면 팀내 최고 구속을 자랑하는 고우석과 비교해도 높으면 높았지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세이브왕 하재훈(당시 패스트볼 평균 구속 147.6㎞·RPM 2563)급 구위를 재활 후 첫 1군 등판부터 자랑한 이정용이다.

경기 후 이정용은 “오랜 기간 재활을 하면서 컨디셔닝 코치님들과 구단의 배려 덕분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먼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열심히 재활한 만큼 데뷔전 좋은 컨디션으로 좋은 경기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꾸준히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정용의 말대로 프로 입단 후 1년 반 동안 그의 시간은 ‘재활’로 도배됐다. 지난해 2월 스프링캠프에서 특급 구위를 자랑하며 류중일 감독의 눈을 사로 잡았으나 두 달 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바로 일 년 후를 기약한 채 회복과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인내의 시간은 지난 5월까지도 이어졌다. 개막전 엔트리 합류를 목표로 세웠지만 컨디션은 마음대로 올라오지 않았다. 실전 투입 시점도 계속 연기됐다. 그러다가 지난달 6일 드디어 프로 입단 후 첫 등판에 임했다. 퓨처스리그 경기였지만 시작부터 패스트볼 RPM 2400대를 형성하며 수술과 재활 모두 성공적으로 진행됐음을 알렸다. 퓨처스리그에서 총 7경기 등판해 꾸준히 구위와 제구력을 끌어올렸고 더할나위없는 1군 데뷔 무대를 만들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시련을 발판으로 성장해온 이정용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에도 그는 피로 골절로 인해 수술을 받아 드래프트에서 호명되지 못했다. 대학에 진학하며 절치부심했고 지난해 신인 우투수 중 최고 구위를 뽐내며 1차 지명됐다. 올해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이정용은 “두 번째 수술대에 오른 2019년 4월 19일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솔직히 프로 입단 후 또 수술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싫었다. 수술 직후에는 주위에서 무슨 말을 해도 부정적이었다. 내게만 유독 엄격한 세상을 원망했다”고 힘들었던 순간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금세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몇 년 전에도 수술 후 반등했다. 아마추어 때부터 스토리가 많았는데 결국 1차 지명도 받았다. 당시를 떠올리며 ‘나는 이렇게 스토리가 있어야 잘 되나 보다. 스토리가 없으면 안 되나 보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앞으로 더 잘 되라고 수술했다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며 반등을 꾀했다.

이정용을 지명한 양상문 전 단장부터 차명석 단장, 류중일 감독, 그리고 이정용과 많은 시간을 보낸 LG 투수들 모두 이정용의 기량과 성실함에 엄지 손가락을 세운다. 지난해 2월 이정용의 불펜피칭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류 감독은 “(정)우영이가 잘 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은데 우영이와 함께 입단한 정용이도 보여드리고 싶다. 정용이 역시 공이 상당히 좋다”고 늘 말하곤 했다.

지난해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도 LG의 가장 큰 고민은 불펜진이었다. 김민성을 영입해 야수진 아킬레스건인 핫코너를 메웠지만 불펜진은 기존 전력으로는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미완의 유망주였던 고우석이 알을 깨고 마무리투수로 도약했다. 신인 정우영은 캠프를 치르며 구위가 향상되더니 순식간에 필승조로 올라섰다. 선발투수로 기대를 모았던 김대현 또한 불펜에서 등판해 막강한 구위를 선보였다. 이들 영건 트리오가 불펜진에 붙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고 LG는 3년 만에 가을야구 티켓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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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정용(왼쪽)이 지난 24일 잠실 두산전에서 투구를 마치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LG 트윈스 제공

류 감독은 올해도 비슷한 모습을 기대한다. 두 번째 시련 후 또다른 드라마를 예고한 이정용, 이정용과 함께 1군에 올라와 데뷔전을 치른 사이드암투수 이찬혁이 불펜진 반등을 이끌기를 바란다. 이정용이 지난 24일 두산을 상대로 장식한 첫 페이지를 다음 페이지로 꾸준히 이어간다면 류 감독의 기대는 현실이 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