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김진욱 \'이겼다\'
2020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화 김진욱이 경기 후 환하게 웃고 있다. 2020. 8. 11.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프로 3년차 한화 김진욱(20)은 올해 들어 자신의 첫승, 첫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런데 기념구를 챙기지 못했다. 김진욱은 앞으로 홀드를 기록하면 그 공은 꼭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김진욱의 첫 승은 팀의 8연패 탈출과 함께 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전에 구원등판해 3회와 4회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2018년 프로데뷔 후 3시즌만에 감격스런 첫 승을 신고했다. 이날 한화는 선발 김범수가 1회에만 6점을 빼앗기며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3회 김진욱이 구원등판하며 마운드가 안정됐다. 타선도 3회부터 반격에 나섰다. 결국 한화는 장단 18안타를 몰아치며 12-7로 역전승했다. 올시즌 한화의 한경기 최다득점이었다. 7월 16일 수원 KT전부터 시작된 8연패 사슬을 끊었다. 김진욱의 첫 승이 더 값진 이유다. 그런데 김진욱은 이날 자신의 승리 기념구를 챙기지 못했다.

[포토]데뷔 첫 승에 도전하는 한화 선발 김진욱
한화 김진욱. 2020. 7. 17.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첫 세이브는 11일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전에서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4시간 58분 동안 이어진 혈투였다. 연장 12회까지 양팀 합쳐 20명의 투수가 출동한 전면전이었다. 김진욱은 팀이 7-5로 앞선 12회 2사 1루 상황에 등판했다. 한화의 10번째 투수였다. 김진욱은 키움 김하성을 상대로 1볼 2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 빠른공을 선택했다. 강력한 구위에 김하성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경기가 끝났다. 김진욱이 길었던 경기의 마침표를 찍은 것.

그런데 이날 기념구는 구원승으로 데뷔 7년만에 승리투수가 된 윤대경에게 돌아갔다. 김진욱은 “(윤)대경이 형이 더 큰 승리니까 가져갔다”라며 “내가 첫승할때 공도 없다. 어디있는지 나도 알고 싶다”라고 멋쩍어했다. 그래서 김진욱의 다음 목표는 기념구 챙기기다. 그는 “홀드 공은 꼭 챙기겠다”라고 눈빛을 반짝였다.

김진욱은 지난해까지 1군 4경기 등판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벌써 8경기에 등판하며 프로선수로서의 이력을 본격적으로 쌓아가고 있다. 기념구를 챙길 상황이 계속 생기는 이유다. 그러나 악몽과 같은 경험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대전 NC전에 선발 장시환(6이닝 무실점)에 이어 1-0으로 앞선 7회 등판했다. 그러나 연속안타에 노진혁에게 3점홈런을 헌납하며 승리를 날렸다.

[포토]LG전 선발 등판한 한화 김진욱
한화 김진욱. 2020. 7. 17.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주목을 받은 건 다음 상황이다. 더그아웃에서 김진욱은 자신을 자책하며 감정이 북받친 듯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 장면은 중계카메라에 잡히며 전국에 전달됐다. 김진욱은 당시를 회상하며 “장시환 선배는 룸메이트다. 나도 모르게 울음이 나왔다. 분했다. 눈물이 나니까 부끄러웠다. 그래도 프로선수인데. 친구들 놀림도 많이 받았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김진욱을 크게 자극했다. 그는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빠른공으로만 승부하면 맞을수밖에 없다. 그런 볼카운트에서 변화구(슬라이더)를 던질수 있게 훈련했다”라며 “속구도 코너에 들어가게 던지겠다”라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성장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김진욱은 미래의 희망도 덧붙였다. 그는 “동료들이 따를 수 있는 믿음직한 선수가 되고싶다”라고 했다.

김진욱의 롤모델은 돌직구의 사나이 삼성 오승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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