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힘차게 공 던지는 키움 선발 요키시
키움 요키시가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키움과 LG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0. 8. 20.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변수에도 리그 판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외국인 선발투수 강세는 올해가 더 심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 등으로 시즌 초반 난조를 보이고 부상에 시달렸음에도 여전히 투수 부문 순위표에는 외국인 투수들의 얼굴로 가득하다.

선발투수 기량의 기준점 중 하나인 평균자책점만 봐도 그렇다. 30일까지 평균자책점 상위 10위 안에 8명이 외국인 투수다. 9위에 LG 임찬규(3.948), 10위에 SK 문승원(3.949)이 올랐다. 몇 일 전까지는 NC 구창모(1.55)가 꾸준히 선두를 질주하며 토종 투수의 자존심을 세웠다. 그러나 부상으로 이탈한 기간이 한 달을 넘으며 규정이닝 미달로 순위표에서 사라졌다. 키움 에릭 요키시(2.09), 롯데 댄 스트레일리(2.55), KIA 애런 브룩스(2.85) 등 외국인 에이스가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놓고 치열히 경쟁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KBO리그 역사상 평균자책점 10위 안에 외국인 투수가 가장 많은 시즌이 될 전망이다. 물론 늘 외국인 투수가 소속팀 선발진을 이끌어왔지만 그래도 평균자책점 10위 내에 3명 이상은 토종 투수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KIA 양현종이 1위(2.29),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김광현이 3위(2.51)에 자리했다. 10위 두산 유희관(3.25)까지 평균자책점 10위 내에 토종투수 3명이 있었다.

[포토]힘차게 공 뿌리는 LG 선발 이민호
LG 이민호가 지난 7월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LG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LG 류중일 감독은 이러한 현상을 인지하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류 감독은 30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랭킹에 외국인선수들이 다 포진돼 있다. 토종 선수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 이듬해 도쿄올림픽이 열릴지 안 열릴지는 모르지만 국제대회를 고려해도 토종 투수들이 더 잘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내 선발투수들이 좀 더 올라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이러한 현상을 일찌감치 인정했다. 그는 지난 6월 29일 21세기에 나온 노히트 노런 5번 중 4번을 외국인 투수가 달성한 것에 대해 “솔직히 외국인 투수들이 낫다. 구위에서 봐도 외국인 투수가 토종 투수보다 나은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류 감독과 김 감독 모두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과 같은 토종 특급 선발투수가 나오기를 바랐다. 류 감독은 “과거 류현진과 김광현은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톱클래스가 됐다. 우리팀에서는 (김)윤식이와 (이)민호가 그런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본다. 윤식이와 민호도 그렇게 컸으면 좋겠다”고 리그를 정복하는 토종 에이스의 등장을 기원했다.

[포토] 6회 무사 만루서 교체되는 이영하
2020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지난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이영하가 6회 교체되어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김 감독이 그동안 이영하를 선발진에 넣어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현재 토종 젊은 오른손 투수 중 영하만큼 한 투수는 드물다. 올해 부진했으나 해온 게 있기 때문에 선발진에 있으면서 다시 잘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 29일 이영하의 요청에 따라 이영하를 선발에서 마무리투수로 전향시켰다. 이영하는 지난해 29경기 163.1이닝을 소화하며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선발 등판한 19경기에서 3승 8패 평균자책점 5.52로 부진했고 결국 불펜진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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