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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류현진이 3일(한국시간)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마이애미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 AF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코리안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이 자신의 모든 경험과 이론을 쏟아부었다. 동료들의 어설픈 수비와 주루플레이를 지켜본 터라 실점하면 무너진다는 위기감이 표정에서부터 묻어났다. 오죽하면 MLB닷컴 취재진조차 ‘토론토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 절반은 류현진에게 빚졌다. 저녁 식사를 대접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디애슬레틱에서는 ‘류현진은 이기러, 토론토 선수들은 지려고 온 것 같다’고 비판했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마이애미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솎아내며 1실점 역투했다. 그나마 불펜진이 살얼음판 리드를 지켜준 덕분에 2-1로 시즌 3승째를 수확했다. 팽팽한 투수전이라기보다 토론토 선수들이 자멸할 수 있었던 경기를 류현진의 관록으로 이겨낸 것으로 보는게 맞다. 토론토 선수들은 기본을 망각한 플레이로 메이저리그의 품격을 떨어뜨렸다. 마운드 위에 서 있는 류현진은 적어도 이날만큼은 친정인 LA다저스 동료들이 보고 싶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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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호르헤 알파로가 3일(한국시간)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토론토전에서 삼진으로 돌아선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 AP연합뉴스

흐름을 완전히 넘겨줄뻔 한 위기마다 기본에 충실한 볼배합으로 주도권을 지켜냈다. 2회말 1사 2, 3루 호르헤 알파로와 대결은 이날 경기 전체를 관통하는 승부처였다. 브라이언 앤더슨을 우전안타로 내보낸 류현진은 코레이 디커슨을 2루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실책으로 흐름을 내줬다. 루이스 브린슨을 2루 땅볼로 돌려보냈지만 1사 2, 3루 위기에서 알파로를 만났다. 안타 하나면 두 점을 잃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류현진의 초구 선택은 몸쪽 패스트볼이었다. 89마일짜리 포심을 인-하이로 찔러 넣은 뒤 알파로가 반응을 하자 2구째 90마일짜리 포심을 같은 곳으로 꽂아 넣었다. 파울 두 개로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를 선점한 류현진은 헛스윙 유도를 위해 더 높은 하이 패스트볼을 선택했다. 선취점에 사활을 건 알파로는 이 공을 커트해 만만치 않은 배트 컨트롤 능력을 과시했다. 반드시 점수를 뽑아내겠다는 의지를 과감한 스윙으로 드러낸 셈이다.

류현진의 셈법은 이때부터 빛을 발했다. 빠른 공 3개를 잇달아 눈높이로 보여줬고, 타자의 적극성을 확인했다. 공격적인 성향을 고려하면 앞, 뒤 타이밍을 흔들 시기. 크게 떨어지는 74마일짜리 커브를 헛스윙을 바라고 몸쪽에 찔러 넣었지만, 알파로의 배트에 가까스로 걸려 다시 파울이 됐다. 공 4개를 몸쪽에 꽂아 넣은데다 각이 큰 커브를 보여줬으니, 좌우 타이밍을 흔들 차례다. 커브를 의식해 중타이밍으로 스윙할 수밖에 없도록 타자를 몰아세웠으니 바깥쪽 컷패스트볼은 회심의 일구였다. 85마일짜리 커터가 바깥쪽 보더라인 밖에 꽂혔지만, 알파로 입장에서는 전혀 대비하지 못한 공이 아슬아슬하게 볼이 됐으니 간담이 서늘할 수밖에 없다. 좌우에 완급조절까지 있으니 알파로의 머릿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고, 류현진은 가장 자신있는 결정구인 체인지업을 바깥쪽에 볼로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4구째 커브가 ‘절대 실점하지 않겠다’는 류현진의 빅픽처를 완성시킨 배수의 진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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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류현진이 3일(한국시간) 마이애미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컷 패스트볼을 던지고 있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 USA투데이연합뉴스

올해 처음 합을 맞추는 대니 잰슨은 류현진의 계산을 따라오지 못했다. 사인교환 시간이 길 수밖에 없었고, 두 세바퀴를 돌린 끝에 겨우 투구 동작에 들어갈 만큼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류현진은 끝끝내 원하는 코스와 구종을 유도해내 자신의 페이스로 경기를 풀어냈다. 빅리그에서는 간과할 수도 있지만, 공 하나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는 KBO리그에서 볼배합의 정석을 터득한 류현진의 계산은 그를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로 끌어 올린 숨은 동력이다. 타자의 심리, 특성뿐만 아니라 경기 상황까지 계산에 넣고 마치 월드시리즈 7차전을 치르는 것처럼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류현진의 볼배합은 허술한 팀이라서 더 도드라진다.

토론토 선은 ‘류현진이 2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위기 탈출 비결에 호기심을 드러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