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NC 이동욱 감독, 자..뒤집어 보자고!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이 지난달 26일 수원 kt전에서 1-2로 뒤진 6회 팀의 공격을 지켜보고있다. 2020.07.26.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야말로 외인천하다. 선발투수 지표가 특히 그렇다. 평균자책점, 승리, 이닝, 탈삼진,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 부문 톱5가 외국인 투수 이름으로 도배됐다. 톱10으로 시야를 넓혀야 토종 투수가 나온다. 선발투수 기량을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전통적인 지표인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10위 내 토종 투수는 임찬규(LG) 뿐이다.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늘 외국인투수 강세였다. 지난해에도 평균자책점 10위 내에 토종 투수는 3명 뿐이었다. 현장도 이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외국인 투수가 전력의 핵심임은 인정하면서도 토종 에이스 등장을 고대한다. 빅리그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 김광현과 같은 토종 에이스가 부쩍 늘어날 때 리그의 질적 향상은 물론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KIA와 SK는 각각 양현종과 김광현이 선발 등판하는 홈경기 관중이 평소보다 많았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NC 이동욱 감독은 “우리도 메이저리그(ML)처럼 입단과 동시에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실현하고 싶다. 선발은 선발, 중간은 중간으로 보직을 결정하고 육성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서도 “그런데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투수진 사정상 구위가 뛰어난 젊은 투수를 중간에 투입하게 된다. 올해 송명기가 그랬는데 다행히 최근 선발로 등판하고 있다”고 밝혔다.

2년차 신예 송명기는 지난해부터 선발 수업을 받았다. 본인도 중간보다는 선발투수로 뛰기를 바랐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불펜에 지원군이 필요했고 지난달 15일까지 중간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래도 이 감독은 송명기의 종착역이 선발임을 잊지 않았다. 올해 송명기가 연투한 경우는 단 한 차례다. 8월말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자 과감하게 송명기를 선발 등판시켰다. 이 감독은 “본인도 바라고 팀의 미래를 생각해도 송명기의 자리는 선발 투수”라며 송명기가 선발투수로 연착륙하기를 바랐다. 송명기는 4번의 선발 등판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3.26으로 순항하고 있다. 이닝을 길게 끌고가지는 못해도 만 20세 선발투수의 등장은 NC는 물론 KBO리그 전체에 있어서도 반가운 일이다.

[포토] NC 송명기, 대체 선발의 역투!
NC 다이노스 선발 송명기가 지난 1일 고척 키움전에서 역투하고있다.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만일 선수층이 보다 두꺼웠다면 송명기는 전반기 내내 2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을 것이다. 다른 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명 당시 선발투수로 점찍었던 유망주 투수 대부분이 중간투수로 1군 무대에 데뷔한다. 활약을 거듭하면 자신도 모르게 필승조로 자리를 굳힌다. 두산 함덕주는 소속팀 마운드 사정으로 인해 3년 만에 선발투수로 돌아왔다. 키움 안우진도 선발과 중간을 오가다 이듬해까지는 중간에 정착할 계획이다. KBO리그는 ML와 달리 빼어난 구위를 자랑하는 투수가 지극히 적다. ML에는 선발과 중간을 가리지 않고 100마일(약 160㎞)까지 던지는 투수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KBO리그 투수 평균규속은 14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145㎞만 나와도 자리를 가리지 않고 등판해야 하는 현실이다. 성적 앞에서 자유로운 지도자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래도 이 감독을 포함해 많은 지도자들이 새로운 흐름을 계획하고 있다. NC는 신인 정구범을 선발투수로 자리를 고정한 채 1군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KT는 일찌감치 신인 소형준을 선발진에 넣었고 소형준은 KT의 기대대로 신인왕을 응시하고 있다. LG도 신인 이민호와 김윤식이 로테이션을 돈다. 롯데 2년차 서준원은 선발투수로 첫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외인 천하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신예 투수들이 꾸준히 선발투수로서 경험을 쌓는다면 수 년 후에는 투수 부문 순위표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유망주 투수들이 계획대로 성장할 때 한국야구 경쟁력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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