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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구도(球都)라 부른다. 그 정도로 야구 열기는 뜨겁다. 그 열기의 중심이 롯데의 홈구장인 사직구장이다. 워낙 야구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보니, 야구장 내에서 크고 자근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다. 사직구장 안전 관리 담당 팀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안전 관리를 총괄하는 변경필 실장은 롯데의 홈경기 때마다 초긴장 상태다.경기 내내 100명 넘는 팀원들의 보고를 받고, 동선도 체크한다. 무전기를 들고 경기장 곳곳을 누빈다. 가장 좋아하는 롯데의 경기도 제대로 못 본다. 그러길 6년 째다. 하지만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 사직구장의 응원 문화를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때로 “수고가 많다”는 팬들의 격려도 받는다.
◇술과의 전쟁
변 실장은 2009년부터 사직구장 안전 관리를 담당했다. 처음 사직구장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를 잊지 못한다. 변 실장은 “사직구장에서 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많이 했고, 구단 직원들과도 많은 대화를 했다. 하지만 부산 지역의 팬심이 워낙 강하다보니, 돌발 행동이 많았다. 과격한 관객들을 다루는 게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특히 몇몇 관객을 중심으로 집단행동을 많이 하는 통에 변 실장을 비롯한 안전 관리 요원들이 신변에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변 실장은 “처음 구장 안전을 맡았을 때 구장 내에서 싸움이 자주 벌어졌다. 제지하기 쉽지 않았다. 우리 직원들도 많이 다쳤다. 얼굴, 등에 피가 난 적도 많다. 사직구장 근처 경찰서, 병원을 제 집 드나들듯 다녔다. 하루는 경찰 지구대를 20~30분에 한 번씩 간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술을 통제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변 실장은 사직구장 안전을 위해서라도 경기장 내 소주 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팬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변 실장은 “경기장 입장 전 소지품 검사를 하는데 처음에는 소주병을 벽에 던지고, 소주를 자신의 몸에 뿌리는 분도 계셨다. 환불해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변 실장의 진두지휘 아래 이제 사직구장에 소주병은 사라졌다. 하지만 편법은 아직 존재한다. 변 실장은 “아예 주사 바늘로 소주를 맥주에 넣어 오는 분도 있다. 소주팩을 여성분들이 속옷 안에 넣어 들어오기도 한다. 여성분들의 몸을 수색할 수 없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며 웃었다.
◇마산구장 차량 탈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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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실장은 마산구장에서도 특이한 기록을 세웠다. 마산구장은 2012년까지 롯데의 제 2 연고구장으로 사용됐다. 과격한 응원 문화로도 유명했다. 각 구단 버스기사들이 회피하는 구장이었다. 경기를 마친 뒤 팬들이 버스를 둘러싸는 통에 쉽게 빠져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기에 패한 뒤면 팬들이 돌 등을 버스에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변 실장이 마산구장 안전관리를 맡은 뒤 각 구단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버스가 출구까지 나가는 길을 따로 만들었고, 버스가 84초 만에 마산구장을 빠져나갔다. 변 실장은 “2009년 마산구장을 처음 가서 구단 버스가 나가는 길을 통제하겠다고 하자 경찰로부터 팬들을 자극하지 말라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까지 쓰고 버스 동선을 짰다. 300~400m 정도의 길 양쪽에 차를 연속으로 바짝 붙였다. 팬들이 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한 것이다. 마산구장 기록이었다”며 웃었다. 그 이후 선수들의 마산구장 퇴근길에 ‘평화’가 찾아왔다.
◇박재홍을 노린 칼은 3개였다?
사직구장 관중 난입 사건 중 ‘장난감 칼 난동’은 잊을 수 없다. 2009년 4월 23일 문학 SK전에서 조성환이 SK 투수 채병용의 공에 얼굴을 맞은 게 사건의 발단이다. 잠시 후 재개된 경기에서 롯데 투수 김일엽이 박재홍의 몸으로 향하는 공을 던졌고, 박재홍은 마운드로 달려나가 위협을 가했다. 이후 2009년 5월 6일 SK가 사직 원정경기를 치르게 됐다. 2-2로 맞서던 7회 SK 공격 때 박재홍이 타석에 들어서자, 한 명의 남자가 갑자기 칼을 휘두르며 박재홍을 향해 달려갔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칼은 장난감 칼로 드러났고, 칼에 ‘재홍아 일엽이에게 사과는 했느냐?’라고 적혀 있었다.
이 사건 당시 변 실장도 순간 아찔했다. 변 실장은 “당시 박재홍 선수를 위협했던 팬의 그라운드 난입은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다. 1명의 남자가 뛰어든 것으로 다들 알고 있지만, 3명의 남자가 같은 칼을 들고 준비했다. 3명 중 1명만 들어가면 성공이라고 작전을 짠 것이다”면서 “그래도 처음에는 정말 놀랐다. 정말 칼이었으면 어떡할뻔 했는가”라고 혀를 내두렀다. 이 사건 후 변 실장이 직접 박재홍을 1:1로 호위해 사직구장의 비밀통로로 데리고 나와 자신의 차로 숙소까지 출,퇴근을 시켰다.
◇달라진 사직구장 문화
험악한 사직구장은 예전 말이다. 사직구장은 이제 야구 응원의 메카다. 가장 좋은 예 중 하나가 경기를 마친 롯데 선수들의 안락해진 퇴근길이다. 경기 종료와 함께 사직구장 정문에서 선수단 주차장까지 긴 에스코트 라인이 설치된다. 팬들은 이 라인 밖에 서서 응원하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퇴근을 지켜본다. 변 실장은 “선수들이 많이 힘들었다. 팬들이 모여들어 둘러싸고, 만지고, 힘들게 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편안히 빨리 퇴근해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다음날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고, 팬들도 좋은 경기를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에스코트 라인 설치 배경을 밝혔다. 물론 설치 초기에는 팬들이 자주 선을 넘어왔다. 플라스틱 에스코트 라인은 깨지기 일쑤였다. 결국 지금의 형광색 밧줄로 바뀌었다. 변 실장은 “이제 라인 안으로 들어가면 주위에서 ‘빨리 나오라’며 오히려 비난한다. 의식수준이 많이 높아졌다”고 뿌듯해했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사직구장의 응원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일부러 팬들이 찾아 오기도 한다. 사직구장의 질서가 잡힌 덕분이다. 사직구장 변모의 6년을 함께 한 변 실장은 “정말 많이 좋아졌다. 2009년만 해도 팬들의 반발이 심했다. 하지만 조금씩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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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해주고, 서로 배려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사직구장은 대한민국 최고다”라고 말했다.
이웅희기자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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