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전북 이동국, 우승 트로피와 함께 은퇴
은퇴를 선언한 전북 이동국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최종전 전북 현대와 대구FC의 경기에서 대구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 11. 1. 전부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전주=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전북 현대에게도, 이동국(41)에게도 완벽한 마무리였다.

전북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최종전에서 2-0 완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승점 60을 확보한 전북은 같은 시간 광주FC를 잡은 울산 현대(57점)를 따돌리고 1위를 확정했다. 전북은 K리그 최초 4년 연속 우승과 더불어 역대 최다인 8회 챔피언 등극에 성공했다. 그동안 성남FC(7회)와 타이를 이뤘지만 이번 우승을 통해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전북은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우승과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연패를 당하기도 했고, 한때 울산에 5점이나 뒤지는 등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울산과의 세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며 결국 지난 경기에서 승부를 역전했다. 가장 중요한, 사실상의 결승전에서 저력을 발휘한 전북은 울산을 밀어내고 결국 시상대 위에 섰다.

이날 경기는 전북의 우승 결정전이자 이동국의 은퇴경기였다. 이동국은 지난 라운드 울산전 승리 후 은퇴를 발표했다. 1998년 혜성 같이 등장해 한국 축구의 기둥으로 활약했던 이동국은 23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동국은 “아내와 평소 마무리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야 한다고 했다. 짜놓은 것처럼 흘러가는 것 같다.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하고 은퇴하는 선수가 몇 명이나 될까. 그 순간에 제가 있다고 하면 좋을 것 같다. 해피 엔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은퇴경기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승리 의지가 강렬했던 이동국은 선발로 출전해 공격을 이끌었다. “몸 상태는 좋다”라는 이동국의 말대로 경기력은 준수했다. 조규성이 2골을 터뜨리며 리드를 점한 상황에서 이동국은 풀타임을 소화했고,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몇 차례 골문을 두드렸다. 이승기, 손준호, 바로우 등은 팀이 앞서 있는 만큼 이동국의 골을 돕기 위해 부지런히 패스를 전달하는 모습이었다. 결과적으로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이동국은 최고의 모습으로 은퇴경기를 치렀다.

이동국을 향한 응원전도 뜨거웠다. 이날 경기는 이미 매진이 돼 암표가 등장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제한된 상황에서도 무려 1만251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동국의 번호를 상징하는 전반 20분에는 기립박수를 보내며 떠나는 라이온킹에게 작별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더불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전주성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정 회장은 경기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응원에 동참했고, 시상식에 참여하는 등 구단주로서 경기를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은퇴식은 감동적이었다. 전북은 미리 준비한 이동국의 대형 유니폼을 하프라인에서 흔들며 은퇴식을 시작했다. 전북은 이동국의 20번 영구결번을 발표했고, 관중은 박수로 화답했다. 절친인 박동혁 충남 아산 감독이 꽃다발을 전달했다. 전주시에서는 명예시민증을 선물했다. 마지막에는 가족이 함께했다. 다섯 자녀는 사전 녹음한 노래 영상으로 아버지를 격려하기도 했다. 이동국은 “은퇴 한 날에 우승컵을 들었다. 생각했던 해피엔딩이다. 기쁘다”라며 울먹인 뒤 “더 이상 20번 이동국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전북에 와서 얻은 게 많다. 여러분을 만났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내 편이 돼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며 전북 팬을 향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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