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6
금융감독원. 권오철 기자 konplash@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후 라임 펀드를 판매한 은행권 CEO들에게도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감원 제재심은 10일 늦은 밤까지 진행된 가운데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등 3곳의 증권사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했다. 신한금투와 KB증권에 대해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부과 처분, 대신증권에 대해선 반포 WM센터 폐쇄와 과태료 부과 처분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들 증권사에 대한 과태료는 10억~2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진 전 신한금투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는 직무정지 상당의 처분을 받았다. 제재 대상에 오른 유일한 현직 CEO인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는 문책 경고를 받았다. 김병철 신한금투 전 대표는 이들 중 가장 낮은 제재인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다. 문책 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박 대표는 직무 정지는 면했으나 이번 중징계로 연임 또는 은행장 도전이 어려워졌다. 현 금융투자협회장인 나 전 대표 역시 향후 거취가 불투명해졌다.

제재심은 내부통제 부실의 책임을 물어 CEO에 대한 중징계를 내릴 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등을 근거로 CEO에게 책임을 물었다. 반면 증권사 측은 내부통제에 실패했을 때 금융사 CEO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에서 CEO를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맞섰다.

결국 박 대표를 비롯한 전·현직 CEO에 대한 중징계 처분이 내려지면서 징계 당사자들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CEO들은 이번 제재가 금융위 의결을 거쳐 확정되면 이를 수용하거나 소송으로 불복할 수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의 중징계 제재를 받았으나 불복해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낸 바 있다.

이번 제재심의 결과로 향후 라임 펀드를 판매한 은행권 CEO들도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소재 프론트원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 참석해 “(은행권 제재심을) 연내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권 중에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한 제재심이 먼저 진행될 전망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판매액은 각각 3577억원, 2769억원에 달한다. 이어 하나은행 871억원, 부산은행 527억원, 경남은행 276억원, 농협은행 89억원, 산업은행 37억원 순이다.

konplash@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