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LG 이민호, 땡큐! 라모스!
LG 선발투수 이민호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3회말 2사 1,2루 상황에서 두산 박건우의 땅볼을 잡아내며 위기를 넘긴 뒤 타구를 처리한 1루수 라모스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0.11.05. 잠실 |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만족은 없다. 비시즌이지만 꾸준히 잠실구장을 찾아 결정구 연마와 더 강한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선발투수로서 강렬한 루키시즌을 보낸 LG 이민호(19)가 더 높은 곳을 응시했다.

또 하나의 샛별이 잠실구장 하늘에 우뚝 솟았다. 이민호는 올해 20경기 97.2이닝을 소화하며 4승 4패 평균자책점 3.69로 활약했다. 150㎞를 상회하는 패스트볼과 140㎞대 초반 고속 슬라이더를 앞세운 파워피칭으로 거침없이 선배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시즌 중반 슬럼프도 겪었지만 이 또한 슬기롭게 돌파하며 포스트시즌까지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구위 만큼이나 강한 투지력으로 마운드를 지키며 차세대 LG 에이스 등장을 예고했다.

이민호는 지난 13일 스포츠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올해를 돌아보며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정말 관리를 잘 해주셨다. 그래서 그런지 프로 첫 시즌이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충분히 더 던질 수 있는데 너무 아쉽게 시즌이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에 대해 “첫 선발 등판에서 첫 승을 거둔 대구 삼성전, 그리고 SK, NC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 잘 던진 게 생각난다. 더블헤더 1차전 선발이라 무조건 6이닝 이상은 던져야한다고 마음 먹었는데 목표도 이뤘고 팀도 더블헤더 두 경기 모두 잡아서 정말 기뻤다”고 미소지었다.

페넌트레이스 시작과 끝이 모두 뛰어났다. 선발투수 데뷔전이었던 5월 21일 대구 삼성전에서 5.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6월 11일 잠실에서 열린 SK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는 7이닝 1실점, 그리고 7월까지 기세를 이어가며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선두를 달렸다. 비록 8월부터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제구 난조를 겪었고 9월 7일 사직 롯데전에서 1.1이닝 10실점 악몽과 마주했으나 곧바로 반등했다. 롯데전 이후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5 철벽투로 다시 일어섰다.

이민호는 반등 요인을 두고 “롯데전에 앞서 2, 3경기 동안 계속 제구가 안 됐다. 최일언 코치님께서 밸런스가 흔들린다며 투구시 미세하게 멈춤 동작을 넣어보자고 하셨고 이후 밸런스가 잡혔다. 롯데전 다음 경기인 한화전부터 투구폼을 수정했는데 당시 구속은 잘 안 나왔다가 다음 NC전부터 구속도 회복했다. 코치님이 한 시즌 동안 정말 잘 지도해주셨다”고 최일언 코치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포토] 최일언 코치 \'침착하게 던져\'
LG 최일언 코치가 지난 6월 30일 잠실경기 5회초 투수 이민호(오른쪽)가 폭투로 실점하자 마운드를 방문해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어 이민호는 소형준과 신인왕 경쟁에 임한 것, 그리고 신인왕 수상까지는 닿지 못한 심정을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솔직히 7월까지는 신인왕 욕심도 났다. 평균자책점도 좋았고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면서 “하지만 신인왕을 못 받은 게 아쉽지는 않다. 더 잘 한 선수가 받는 것이고 형준이가 더 잘 했다. 나는 한 번 던지고 말소됐는데 형준이는 계속 로테이션을 돌았다. 이 차이도 굉장히 크다고 본다”고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봤다. 덧붙여 “롯데전 고전한 후 마음을 비우면서 오히려 더 잘 됐다. 평균차잭점 3점대까지만 내려보자고 다짐했는데 마지막 목표도 이뤘다. 다만 시즌 후반 형준이와 선발투수 대결이 무산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비시즌은 없다. 시즌 종료와 동시에 잠실구장에서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 코치의 메뉴얼 대로 훈련 중이다. 김 코치는 “민호가 정말 욕심이 많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바로 훈련하겠다고 하더라. 프로 첫 시즌이라 휴식도 중요한데 휴식은 필요없다고 한다. 의지가 정말 강한 선수”라고 웃으며 “내년에 더 많은 이닝,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게 민호와 내가 세운 목표”라고 밝혔다.

이민호
2020 KBO리그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DH 1차전이 지난 6월 1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이민호가 사인을 교환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민호는 “목표는 이미 결정했다. 일단 올해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 최대한 로테이션 거르지 않는 것, 그리고 변화구 하나 제대로 습득하는 것이다. 10승도 하면 좋은데 올해 해보니 선발승은 운도 따라야 하더라”면서 “다음 시즌 시범경기까지는 체인지업을 실전용으로 던지고 싶다. 올해 좌타자에게 약했는데 좌타자만 좀 잘 잡아도 훨씬 경기가 수월할 것 같다. 집에서도 늘 체인지업 그립을 잡는다. 글러브 낀 채 구종이 노출되지 않는 습관도 들이고 있다. 주위에서 ‘체인지업만 잘 던지면 10승은 그냥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몸이 익숙해질 때까지 훈련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년에는 제발 정상적으로 야구가 열렸으면 좋겠다. 만원 관중 앞에서 선발 등판하는 모습을 늘 생각한다. 관중분들이 많으면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올해 무산된 형준이와 대결도 내년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내년에 형준이와 서로 멋지게 승부하고 싶다”고 뜨거운 영건 맞대결을 고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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