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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내년 도쿄올림픽 축구 남자 본선을 대비하는 김학범 U-23 대표팀(올림픽팀) 감독이 기분 좋은 연말을 보내고 있다. 최근 이집트에서 열린 3개국 친선대회를 유의미하게 마친 데 이어 주력 유럽파 자원이 훨훨 날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범호’의 핵심 미드필더로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무대를 누비는 백승호(23·다름슈타트)는 최근 주전으로 재도약하더니 마침내 시즌 첫 공격포인트를 해냈다. 그는 16일(한국시간) 그로이터 퓌르트와 2020~2021시즌 정규리그 1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4경기 연속 선발로 출격, 멀티 도움을 기록하며 4-0 대승을 이끌었다.
백승호는 팀이 1-0으로 앞선 전반 45분 페널티박스 왼쪽을 파고든 뒤 정교한 크로스로 세르다르 두르순의 두 번째 골을 도왔다. 올 시즌 리그 8번째 출전 만에 첫 공격 포인트. 이어 후반 4분에도 페널티 아크 왼쪽을 돌파한 뒤 낮게 깔아차 두르순의 오른발 쐐기포를 끌어냈다.
스페인 라리가에서 자리 잡는 데 실패하며 지난 시즌 절치부심 끝에 다름슈타트로 이적, 독일 2부에서 새 출발한 백승호는 첫 시즌 리그 28경기(2골)를 소화하며 주전급으로 뛰었다. 그러나 올 시즌 새로 지휘봉을 잡은 마르쿠스 앙팡 감독 체제에서는 초반 주전 경쟁에서 멀어졌고, 부상도 따르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브라운슈바이크전 이후 입지가 달라졌다. 주된 요인은 포지션 변화에 있다. 이전까지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로 뛴 그는 앙팡 감독 체제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윙어로 출격하고 있다. 이날도 3-4-2-1 포메이션에서 전방 왼쪽 윙어로 나서 보란 듯이 ‘택배 크로스 두 방’으로 팀 공격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유년 시절 공격수를 도맡았던 백승호는 성인 무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로 뛰었으나 본래 공격 재능이 뛰어나다. 과거 신태용 감독이 이끈 U-20 국가대표팀 시절에도 윙어 등 공격진영에서 주로 뛰기도 했다. 앙팡 감독도 백승호의 공격력을 눈여겨봤고 최근 팀 전술에 녹이고 있다. 김 감독도 올림픽팀에서 백승호를 더욱더 공격적으로 활용할 뜻을 보이면서 궤를 같이하고 있다.
앞서 ‘미완의 대기’로 여겼던 분데스리가 1부리거 정우영(프라이부르크)도 지난 13일 빌레펠트전에서 고대하던 데뷔포를 쏘아올린 적이 있다. 한때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하며 주목받은 그는 김 감독도 큰 기대를 걸었지만 경기마다 조바심을 내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험치가 쌓이고 프라이부르크에 연착륙하면서 핵심 전력으로 거듭나고 있다. 유럽파의 활약상이 더욱더 부각하면 국내에서 뛰는 포지션 경쟁자도 분발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김학범호 공격진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만큼 코치진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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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이후 10개월여 실전 경기를 치르지 못한 김학범호는 지난달 3개국 대회에서 모처럼 시너지를 냈다. 같은 기간 오스트리아로 떠난 A대표팀이 코로나19 확진자 무더기 발생으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올림픽팀은 무사히 일정을 소화했다. 올림픽 아프리카 지역 예선 1위를 차지한 개최국 이집트는 물론, 빅리거가 몰린 2016 리우 대회 챔피언 브라질과 영양가 있는 평가전을 치렀다. 그런 가운데 한참 시즌 중인 유럽파까지 희소식을 안겨주니 김 감독으로서는 행복한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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