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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힘찬병원 정기호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스포츠서울] 얼마 전 70대 후반의 여자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내원했다. 표정만 봐도 통증이 얼마나 극심한지 알 수 있었다. 말을 하기조차 힘든지 환자를 모시고 온 아들이 대신 상황을 설명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괜찮으셨는데, 어제 화장실 다녀오시다 엉덩방아를 찧은 후에는 아예 거동을 못하시네요. 통증이 너무 심해 어젯밤에 한숨도 못 주무셨어요”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아파서 어쩔 줄 모르는 환자지만 엑스레이 검사가 불가피했다. 검사를 해보니 척추체 압박골절이었다. 보통 압박골절로 일컫는다. 압박골절이 미미할 때는 엑스레이 상으로 잘 안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환자의 경우 뼈에 금이 가고 부러진 게 확실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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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추12번 척추체압박골절 엑스레이 사진. 제공|힘찬병원

압박골절은 척추뼈가 부러진 것이다. 환자와 아들은 단지 살짝 엉덩방아만 찧었을 뿐인데, 척추뼈가 부러졌다니 다소 황당한 표정이었다.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척추뼈는 우리 몸을 지탱해 일으켜 세워주는 뼈이니만큼 교통사고나 추락 등과 같은 큰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한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척추가 건강할 때의 얘기다.

하지만 뼈의 강도가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라면 얘기가 다르다. 압박골절의 75% 이상은 골다공증과 연관이 있고, 골다공증 환자의 4명 중에 한 명은 압박골절이 발생한다. 워낙 척추뼈가 약해진 상태에서 추워지면 뼈와 관절이 더 경직되면 환자의 경우처럼 엉덩방아를 찧는 정도의 작은 충격에도 척추뼈가 부러질 수 있다. 압박골절이 생긴 다른 환자들도 아침에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어제 무거운 물건을 좀 들고 나서, 살짝 부딪히고 나서 아프다는 분이 대다수다.

시작은 대수롭지 않은 일상이지만 압박골절이 일어나면 갑자기 극심한 요통이 생긴다. 서서히 아픈 것도 아니고, 어느 한 시점부터 꼼짝도 못할 요통이 갑자기 생긴다.

압박골절을 치료하는 고전적인 방법은 뼈가 붙을 때까지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다. 가만히 놔두면 뼈가 저절로 붙고, 통증도 덜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평균 3개월은 걸린다.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므로 환자분께 ‘경피적 척추체 성형술’을 권했다. 흔히 환자들이 ‘공구리’라 부르는 시술인데, 원리는 피부마취만 하고, 골절된 뼈 사이에 약간 굵은 주사기를 이용해서 뼈시멘트를 넣어 골절부위를 바로 붙을 수 있게 하는 시술이다. 시술 시간이 10~15분 정도로 짧고, 시술 후에 3~4시간 정도 지나면 뼈시멘트가 굳어 보행도 가능하다. 통증도 80~90% 이상 줄어든다.

환자는 시술을 받고 다음날 퇴원했다. 당일 퇴원도 가능하지만 고령이라 하루 정도 지켜보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너무 아파 걷지도 못해 휠체어를 타고 내원했던 환자가 비록 아들의 부축을 받기는 했지만 걸어서 퇴원했다. 마냥 신기해하는 환자에게 나는 거듭 당부했다. 아프지 않다고 방심하지 말고 늘 몸을 따뜻하게 해 관절이 경직되지 않도록 하고, 또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시라고. 골다공증도 꼭 치료하셔야 한다고 말이다.

<강북힘찬병원 정기호 원장(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