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KBO리그 개막 일정 논의하는 정운찬 총재
KBO 정운찬 총재.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히어로즈 이사회 허민 의장의 이른바 ‘야구놀이’와 CCTV를 통한 팬 사찰에 대한 징계수위를 놓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운찬 총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르면 28일 결론을 발표할 예정인데, 그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정 총재는 지난 23일 KBO 상벌위원회 심의를 재가하지 않고 장고에 돌입했다. 상벌위에서 내린 결론이 일종의 국민정서법과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스포츠서울의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정 총재는 허 의장에 대한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굳혔다. 그러나 정 총재가 개인 감정을 규약을 뛰어 넘어 표출할 수는 없다. 상벌위 권고를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상벌위는 쉽게 말해 KBO의 거의 유일한 사법기관이라 독립성을 보장 받는 곳이다. 법무부 판단에 청와대가 유감 표명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결과를 뒤집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정 총재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허민
히어로즈 이사회 허민 의장.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히어로즈 구단의 갑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비단 허 의장뿐만 아니라 이 전 경영진도 횡령과 배임, 선수팔기 등 KBO리그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탈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거의 매년 히어로즈를 대상으로 한 상벌위가 개최됐지만 근절에는 실패했다. KBO 규약과 민·형사상 법리적 해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정 총재가 진짜 고심해야 할 것은 허 의장에 대한 개인적 응징이 아닌 KBO규약을 바로 세워 구단과 개인의 일탈에 철퇴를 내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다. 다만 임기 초기가 아니라 임기 종료를 나흘 남긴 상태로 섣불리 칼을 빼들 수 없는 시간적 제약이 걸림돌이다.

[포토]리그 개막 일정 결정할 KBO 이사회
KBO 이사회 전경.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KBO규약상 품의손상 행위에 대한 제재는 벌금과 경고 정도가 전부다. 총재가 제재를 추가하거나 감경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규약 내에서 처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허 의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거나 직접적인 징계를 하는 것은 KBO의 권한 밖의 일이다. KBO 정관 13조에 임원을 해임할 수 있는 사유에 ‘임원간의 분쟁이나 회계부정, 현저한 부당행위’ 조항이 있지만, 허 의장은 정관에 명시된 KBO 임원이 아니다. 정관에 근거해도 구단주에게 엄중경고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정도가 최선이다.

규약 개정을 통한 이른바 ‘구단 갑질 금지 규정’을 신설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데, 정 총재 임기 내 규약 개정을 위한 이사회 개최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선수단과 대립 구도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구단이 없다는 점도 총재의 운신을 폭을 좁힌다. 현실적 제약이 많다보니 정 총재도 묘안 찾기에 골몰 중인 것으로 보인다.

구단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는 등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이택근은 “징계 수위보다는 구단이 앞으로는 선수와 팬을 기만하고, 무시할 수 없는 문화가 뿌리내렸으면 좋겠다. 나는 처음부터 구단의 진정성있는 사과면 이 사안(야구놀이와 팬 사찰)에 대해서는 용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택근의 말 속에 정 총재가 구할 답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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