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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 농장’은 동물들이 봉기하여 인간이 경영하고 있는 농장을 장악한 후, “…세상 방방곡곡의 동물들이여 좋은 소식에 귀를 기울여라. 황금빛 미래의 즐거운 소식을. 멀지 않아 그날이 올지니 독재자 인간을 뒤집어엎고 풍요한 영국의 들판에는 오직 동물들만 활보하리라…”는 승리의 찬가를 부른다.

동물들이 농장을 차지한 후에 농장을 동물농장이라고 바꾸고, 인간의 어리석음을 반면교사하자는 의미로 7계명을 만든다. 계명은 ‘두 발로 걷는 자는 적이며, 네 발로 걷거나 날개 있는 자가 우리의 친구이며, 인간과 인간문화는 모두 배척돼야 하며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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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회의록 표지. 출처|연합뉴스

1905년 을사조약 체결 이후 일본의 국권 침탈이 노골적으로 자행되던 시기인 1908년 안국선(1878~1926)은 인간 세계의 부조리를 동물의 시선으로 풍자한 금수회의록을 출간하였다. 금수회의록은 까마귀, 여우, 개구리, 꿀벌, 게, 파리, 호랑이 그리고 원앙새 여덟 종류의 동물이 등장하여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과 인간사회의 모순과 비리를 성토한 소설이다.

◇까마귀-반포지효

처음 등장한 연사는 반포지효(反哺之孝)의 까마귀다. 까마귀는 부화한 지 60일 동안은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지만 이후 새끼가 다 자라면 먹이 사냥에 힘이 부친 어미를 먹여 살린다고 한다. 까마귀가 어미를 되먹이는 습성을 반포라고 하는데, 이는 극진한 효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금 세상 사람들은 말하는 것을 보면 전부 효자 같지만, 행실은 부모의 뜻을 어기며, 형제간에 재물로 다투어 부모의 마음을 상케 하며…사람들이 행실의 근본 되는 효도를 알지 못하니 다른 것은 더 말할 것 무엇 있소” 라며 인간들이 하는 행실이 비리 투성이라며 질타한다.

◇호가호위-여우

다음 연사는 호가호위(狐假虎威)의 여우다.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린다는 뜻으로 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인간들은 그들의 속과 양심은 남들이 볼수없으니 입술로 화려하게 꾸미고 포퓰리즘과 말 치장으로 국민을 혹하게 하고 위임받은 권위를 내세위 그 위에 서있다. 그러나 우리는 뒤 배경을 믿고 허세를 부린 적이 없다며 인간을 비난한다.

◇정와어해-개구리

세 번째 연사는 정와어해(井蛙語海)의 개구리가 인간사회를 평한다.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는 우믈이 좁은 줄만 알고 바다에는 가보지 못하여 바다가 넓은지 좁은지 알지 못하나, 못 본 것을 아는 체는 아니하거늘, 사람들은 좁은 소견을 가지고 공연히 떠들며, 무엇을 아는 체하고 분수를 모르고 행동하는 일을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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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회의 인류공격 표지. 출처|연합뉴스

◇구밀복검-벌

이번에는 구밀복검(口蜜腹劒)의 벌이 단상에 올랐다. 입에는 달콤한 꿀이 있고 뱃속에는 칼날이 들어 있다 하나 우리 입의 꿀은 우리 양식을 만드는 것이요, 우리 배의 칼은 남이 나를 해치려 하는 때에 정당방위로 쓰는 칼이라며 교언영색으로 음흉한 흉계를 꾸미며 잔인하고 표리부동한 인간들이 구밀복검이라 매도한다.

◇무장공자-게

다섯 번째는 무장공자(無腸公子) 게가 등단하여 호소한다. 우리를 창자 없는 동물이라 흉 보지만 세상 사는 사람 중에 옳은 창자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소. 일본에 나라를 빼앗겨 압제를 받아도 분한 마음이 없고…. 나라를 찾을 생각이 도무지 없으니, 이것이 창자 있는 사람들이라 하겠소? 우리 게는 창자가 없어도 남이 나를 해치려 하면 죽더라도 큰 가위 게발로 집어 한 놈 이라도 물고 죽소. 인간들이여 우리를 닮으시오.

◇영영지극-파리

계속해서 영영지극(營營之極) 파리가 날아와서 호소한다, 사람들은 파리만 보면 내쫓지만, 우리는 절대 우리 동료를 내쫓지 않소. 우리는 먹을 것이 있으면 불러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먹는다며 동포끼리 서로 빼앗고, 싸우고, 죽이고,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싸움질하는 사람들을 자신들 보다 더 못한 골육상쟁을 일삼는 소인들이라고 비난했다.

◇가정맹어호-호랑이

일곱 번째로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고통보다 더 무섭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의 호랑이가 등단하여 백성을 수탈하는 탐관오리와 인간들의 폭력행위를 비판하였다. 세상에 사람들이 말하기를, 제일 포악하고 무서운 것은 호랑이라 하였으니, 자고 이래로 사람들이 우리에게 해를 받은 자가 몇 명이나 되느뇨. 도리어 사람이 사람에게 살륙을 당한 자가 몇 억만 명인지 알 수 없오라며 인간에게 온갖 권세 준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쌍거쌍래-원앙새

마지막으로 “어디를 가거나 올 때 항상 함께 다닌다는 쌍거쌍래(雙去雙來)의 원앙새가 등장하여 부부간의 믿음을 강조하면서 세상의 문란함을 질타한다. 처를 버리고, 남편이 병들어 누웠는데도 외간을 드나드는 것이 인간의 짓거리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다른 사람에게 한눈을 팔지 않는 것이 좋은 도리라 했지만 사람들은 지켜오지 않았다고 질타하였다.

끝으로 사회자가 등단하여 “여러분들의 말씀을 들으니 인간들이 최고 귀한 존재라고 자칭하나 인간이 가장 어리석고 사악한 존재”라고 결론을 내리고, 폐회를 선언하였다. 지금은 조선시대처럼 탐관오리들의 횡포 같은 것은 없지만, 아직도 금수회의에 등장한 짐승들의 질타를 받을 만큼 인간의 잘못된 행동은 존재하고 있다.

<역사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