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
경기 중 포효하는 박철우. 제공 | KOVO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피해자 박철우(36·한국전력)는 12년 전 악몽을 절대 잊을 수 없었다.

남자배구 박철우가 1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의 2020~2021 도드람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3-1(20-25 25-21 25-15 25-19) 승리에 힘을 보탰다. 앞서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말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건가”라고 남긴 만큼 그는 할 말이 많아보였다.

경기 후 박철우는 “최근 이상렬 KB손해보험 감독의 인터뷰를 보고 충격이 커서 이렇게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이 감독의 인터뷰는 지난 17일 우리카드와의 경기 뒤 나온 내용이었다. 이 감독은 최근 배구계 학교 폭력 이슈와 관련해 “나는 경험자이기에 우리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라며 “인과응보가 있더라. 나 역시 그래서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지도하고 있다. 배구계 선배로서 조금이라도 더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12년 전 폭행 피해 당사자인 박철우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아침에 (이상렬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봤다. 기사를 보고 나니 하루 종일 손이 떨렸다. 그 분이 감독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특히 “경기장에서 지나가다, 마주칠 때마다, 정말 쉽지 않았다”면서 “그래도 조용히 참으면서 지내고 싶었는데 기사를 보니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심 발언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박철우는 이어 “나는 그분의 사과를 바라지 않는다. 그 일(폭행)이 있었을 때 고소를 취하했고 반성하고 좋은 분이 되시길 기대했다. 그런데 달라진 게 없었다”라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박철우가 아니었으면 너도 맞았을 것’이라던 얘기가 들렸다”라고 폭로했다. 그는 “(이 감독은) 고등학교 때부터 유명한 분이었다. 지고 있으면 얼굴이 붉어져 돌아오는 선수가 허다했다. 다 내 친구고, 동기들이다. 몇몇은 기절했고 몇몇은 고막이 나갔다. 한 번의 실수, 한 번의 감정에 의해 그랬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배구계에서 폭행을 뿌리 뽑겠다는 듯 작심한 듯한 박철우의 발언은 이어졌다. 그는 “우리 어릴 때 운동선수가 맞는 건 당연한 분위기였다. 부모님 앞에서 맞은 적도 많다. 운동선수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배구 선수 중 안 맞은 선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랑의 매가 있다지만 그것도 ‘정도’라는 게 있다. 프로배구가 언론에 나쁘게 나오는 것이 너무 싫지만 이번에는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철우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12년 지난 일이다. 재차 말하지만 사과를 받고 싶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니다. 사과 안 해도 되고 그분 보고 싶지 않다. 바라는 건 전혀 없다. 다만 자신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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