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국

[스포츠서울] “밥을 안 먹은지 일주일 정도 됐어요. 간식은 조금씩 먹었는데 이마저도 이젠 먹지 않아요. 하루 종일 움직이지 않고 식빵자세만 취해요.”

보호자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한다. 고양이 행동과 식욕의 변화가 질병 증상일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한 듯 싶다. 나이도 노령이며, 평소에도 활기차게 움직이던 고양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혈액검사, 방사선검사, 초음파검사, 요검사를 해보니 만성방광염이었다. 고양이는 자신이 아프다는 표현을 잘 안하는 동물이다. 누구는 고양이는 아프다는 표현을 하는데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하기도 한다.

고양이가 아프다는 것을 알아야 관리와 치료를 할 것이 아닌가? 함께 살다보면 천천히 변화하는 모습에 익숙해져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기 어려워진다. 사람 사는 사회도 천천히 변화하여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항상 있듯이 고양이의 행동과 습관도 마찬가지다.

그럼 평소 어떤 행동들에 대해 주의 깊게 보호자가 살펴 봐야 할까? 화장실 습관이 변화했을 때는 만성 통증일 가능성이 높다. 특발성방광염, 요로계 결석, 퇴행성관절염 등이 매우 의심된다.

특히 고양이에게서 퇴행성 관절염이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보호자는 주의해야 한다. 노화하면 관절염이 나타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통증을 느껴 고통스러워 한다면 관절영양 보조제와 재활 등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 주는 게 좋지 않을까?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을 때 나타나는 행동 변화는 아래와 같다.

△뛰어 오르거나 내리는 것을 꺼린다. △놀지 않으려 한다. △활동량이 줄었다. △그루밍 시간이 줄었다. △공격적으로 성격이 변했다. △화장실 사용습관 변했다. △사냥놀이 시간이 줄었다. △잠자는 시간이 늘었다.

이런 행동변화의 횟수를 측정하여 일시적인지 또는 지속적인지 판단해야 한다. 화장실에 소변을 보지 않은 실수를 하루에 1~2번씩 3일 이상 지속했다면 질병 가능성이 높다. 또한 며칠 동안 점프하는 횟수가 평소보다 줄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보호자는 잠자는 시간의 변화, 그루밍 시간의 변화, 놀이 시간의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아주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하루 활동량과 습관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예전처럼 보호자와 놀지 않고 숨거나 의기소침한 태도를 보인다면 이것은 갑자기 고양이가 수줍어진 게 아니라 만성통증으로 인해 활동력이 저하된 것일 수 있다.

보호자는 수의사보다 더 만성통증을 잘 알아차릴 수 있으나 어떤 증상들이 만성통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놓치는 경우가 많다. 고양이가 동물병원에 와서는 집에 있을 때와 행동이 달라진다. 일단 불안해하며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만성통증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보호자는 만성통증을 보일 때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평소에 알아 두는 게 바람직하다. 아래는 만성통증이 있을 때 행동과 습관이니 참고해 보자.

△숨는 행동 △공격 △의기소침한 태도 △식욕부진 △공포 △과도한 그루밍이나 특정 신체부위를 핥음 △만지는 것에 대해 민감. 예, 민감한 피부를 쓰다듬는 것을 꺼려하거나 피부를 꿈틀거림 △화장실 습관의 변화 △노는 것을 꺼림 △보호자와 교감을 꺼림 △정상 행동이 사라짐 △운동성이 줄어드는 것과 관련된 정상 행동의 변화 예) 높은 곳보다 바닥에서 자는 것을 선택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음 △밖으로 나가거나 고양이 문을 통하는 것을 꺼림(BSAVA Manual of Feline Practice에서 발췌)

<금천24시 우리동물메디컬센터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