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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2주 동안 자가격리됐던 투수가 곧바로 불펜피칭에 임해 140㎞가 넘는 공을 던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자가격리에 맞춰 훈련에 임하면서 후유증을 최소화한 결과다. 드라이브 라인으로 시작된 투수 혁명이 겨울훈련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연속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13일 LG 외국인투수 앤드류 수아레즈는 자가격리를 마친 후 이천 챔피언스파크에 입소해 바로 불펜피칭에 임했다. 25개 정도 공을 던졌고 최고 구속이 140㎞ 중반대까지 형성됐다. NC 웨스 파슨스도 비슷했다. 파슨스는 지난 19일 정오 자가격리가 해제됐고 20일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파슨스는 이미 150㎞ 초반대까지 구속을 끌어올린 상태다.
일반적으로 자가격리를 거친 투수라면 이렇게 공을 던질 수 없어야 한다. 부상 위험을 고려하면 불펜피칭 자체를 삼가는 게 맞다. 지난해 KBO리그 외국인투수들 대다수도 자가격리 후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그랬음에도 시즌 초반 구위 저하 및 밸런스 붕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 KBO리그 외국인투수들은 각자 해결책을 들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NC 이동욱 감독은 3일 파슨스에 대해 “예상했던 것보다 준비 과정이 빠르다. 격리 후 스스로 피칭을 자청하는 것을 보고 신기했는데 나름 과정이 있더라”며 “파슨스가 지난 3년 동안 드라이브라인에서 훈련했다. 웨이티드볼(일반적인 야구공보다 무거운 공)을 여러개 가져와 자가격리하면서 훈련했다. 아파트에서 넷스로우 등 훈련을 하면서 격리하면서 공을 던질 준비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드라이브라인은 미국 워싱턴주에 위치한 야구 훈련 시설이다. 실내 훈련장에 투수와 타자를 위한 최첨단 장비를 구축했다. 비시즌 많은 메이저리그(ML) 선수들이 이곳을 찾아 훈련하며 투구 혹은 타격 메커닉을 교정한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트레버 바우어 또한 드라이브라인에서 훈련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 감독은 “어제 바우어가 잘 던지는 것을 봤다. 올해 첫 실전이었는데 그만큼 선수들도 새로운 접근법을 터득한 게 아닌가 싶다. 또 하나의 전환점이 마련되고 있다고 본다”며 “루친스키도 그렇다. 지난해 드라이브라인에서 훈련하면서 자신 만의 루틴을 확립했다. 팔스윙도 좀 짧아졌다. 국내 선수들도 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겨울에도 충분히 공을 던질 수 있다. 한국에도 드라이브 라인과 같은 시설을 구축할 수 있다면 토종 투수들의 겨울 훈련 효율도 비약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2019년 겨울 코로나 시국에 앞서 롯데가 유망주 투수들을 드라이브 라인에 보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는 한겨울 영하 날씨에도 투수들은 전력투구에 임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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