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직=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사직에 봄이 왔다. 비단 높은 기온뿐만이 아니다. ‘설렘’이라는 감정을 공유한 신생팀 SSG와 KBO리그 ‘루키’ 추신수(39)의 만남이 KBO리그를 설레게 했다. KBO리그에 불어닥친 ‘추신수 앓이’를 증명하듯 이날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와 롯데의 평가전에는 취재진만 70명 이상 몰려들어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했다.
◇SSG 김원형 감독 “설렌다”감독 취임 이후 구단 변경, 추신수 영입 등 굵직한 사건(?)을 잇따라 겪은 SSG 김원형 감독은 “현역시절을 포함해도 이정도의 관심은 처음이지 않나 싶다”며 웃었다. 그는 “슈퍼스타가 팀에 합류하기 때문에 설렌다”면서 “어떤 말을 처음 건네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역대 KBO리그에 입성한 전직 메이저리그 중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서재응 최희섭(이상 KIA) 김선우(전 두산)뿐만 아니라 한화에서 현역 마지막 해를 보낸 ‘코리안특급’ 박찬호 등을 뛰어 넘는 인기다. 김 감독은 “나이가 많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당장 우리 선수 중에 김강민이 추신수와 동갑이다. 김강민은 젊은 선수들보다 더 좋은 몸스피드를 갖고 있다. 추신수도 지난해까지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했기 때문에 나이에 구애받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신뢰를 보냈다.
|
◇철저한 루틴 SSG에 심는다
추신수는 2주간 자가격리 기간 중에도 루틴을 철저히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오후 11시에 잠들어서 아침 6시에 일어나는 생활습관은 우리 선수들이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규칙적인 생활을 습관화해야 컨디셔닝에 도움이 된다는 강조의 표현이다. 그는 “시즌 개막 후에는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한다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시즌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일정한 리듬을 유지할 수 있는 루틴을 스스로 정립하고, 이를 철저히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신수의 철저한 자기관리가 선수단 전체로 퍼지는 게 김 감독이 그리는 가장 좋은 그림이다. 그는 “이번주는 일단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기출전 시기 등을 본인과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들뜬 표정 감추지 못한 ‘추’
6회말 SSG가 2사 만루 위기에 몰린 오후 3시께 추신수가 사직구장에 도착했다. 추신수의 입성 소식을 들은 일부 팬들이 몰려드는 등 안전사고 위험이 야기된 상황. SSG 류선규 단장이 직접 안전망 위치를 옮기는 등 선수와 팬, 취재진이 뒤엉키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차량에서 내린 추신수는 취재진을 보고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경쾌한 발걸음에 들뜬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짧은 포즈를 취한 뒤 구장 안으로 이동하자 이미 경기에서 교체된 최주환 등 SSG 선수들이 마중을 나와 인사를 나눴다.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온 사직구장에서 팀 선수들을 처음 만나게 된 추신수도 “구장으로 오는 길이 무척 설렜다”며 소년 같은 표정을 지었다. 경기 직후 이뤄진 역사적인 상견례 자리에서 추신수는 “이기러 왔다”는 굵직한 입단 소감으로 의지를 대신했다.
|
◇추신수 “세상에 당연한건 없다”
간단한 인사로 입단소감을 한 추신수는 유니폼 넘버 17번을 선뜻 내준 이태양을 위한 깜짝 선물을 공개했다. 추신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내 이름을 대신할만큼 의미있는 번호인데 이태양이 먼저 번호를 주겠다고 얘기를 해줬다. 너무 고맙다”며 “세상에 당연한건 없다고 생각한다. 작은 것이라도 상대가 배푼 온정에 고마움을 표해야 하는 게 도리”라고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미국에서부터 들고온 고가의 시계를 선물로 준비한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받으면 오래 생각날만 한 선물을 찾다가 시계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깜짝 선물을 받은 이태양은 “추신수 선배님의 좋은 기운을 얻어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고가라는 얘기를 듣고 받아야 되는지 고민을 했지만 감사의 뜻으로 주셔서 고맙게 받았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