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기성용
성폭력 의혹 제기자들을 고소한 기성용이 31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출두했다.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마침내 여기까지 왔다.

기성용(32·FC서울)이 초등학교 시절 자신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이들을 고소한지 9일만에 첫 고소인 조사에 나섰다. 기성용은 31일 고소인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 서초경찰서에 출두했다.

검정 상의에 검정 마스크 회색 바지 차림의 기성용은 현장에서 기다리던 기자들 앞에 잠시 서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뒤 경찰서로 들어갔다. 그라운드를 벗어나 사복차림으로 기자 앞에 선 건 오랜만이었다.

비교적 담담한 표정의 기성용은 “일어나지 않은 일을 증명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수사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 주실 거라 믿고 있다. 진실의 힘을 믿는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기성용을 둘러싼 성폭행 논란은 앞서 지난달 24일 법무법인 현 박지훈 변호사의 폭로로 맨 처음 알려졌다. 스포츠계 학교폭력 폭로가 터져나오는 상황에서도 눈에 띄는 내용이었다.

당시 박 변호사는 “축구 선수 출신인 C씨와 D씨는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2000년 1~6월 선배인 A선수와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에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금세 논란이 커졌고, ‘최근 수도권 모 명문구단에 입단한 국가대표 출신 스타 선수’라는 설명만으로도 기성용은 즉각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사흘만에 자청해서 기자회견을 연 기성용은 “제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제가 초등학교 시절 성폭행을 했다는 낙인이 찍혔다. 숨고 싶지 않다. 당당하게 나서 일을 해결하고 싶다. 저와는 무관한 일이다. 절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 모든 방안을 총동원해 진실을 밝히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성용의 고소가 늦어지는 사이 박 변호사와 피해자 측에서는 지난 16일 MBC‘PD수첩’에 출연해 재차 성폭행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기해 논란이 불거졌다.

피해자 측은 “피해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기성용과 B씨가 형사 미성년자인데다 공소시효도 지나 형사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우리 측에게) 소송을 제기해달라”고 주장했다.

결국 기성용은 지난 22일 성폭행 피해를 주장한 A, B씨 등에 대해 형사 고소와 함께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동시에 제기했다. 이제 관련 사건의 진실은 재판에서 가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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