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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필자는 허리디스크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척추 질환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본인이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로 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는 쉽지 않다. 의사가 병에 걸려 아프다고 하면 농담반 진담반으로 “의사도 병에 걸려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 말 속에는 분명 자기 병도 못 고치면서 다른 사람의 병을 고칠 수 있겠냐는 불신이 조금은 깔려 있다. 그럼에도 환자들에게 솔직하게 고백하는 이유는 허리디스크를 비롯한 척추 질환으로 수술을 앞둔 분들에게 같은 환자로서의 공감대를 느낄 수 있어 위로나 안도감을 줄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허리디스크로 수술을 받았을 때 필자의 나이는 30대 후반이었다.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무슨 허리디스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허리디스크는 대개 20~40대에 자주 발생한다. 디스크는 20대 이후부터 퇴행성 변화가 시작되는데다 20~40대의 연령층이 활동량이 많은데다 특히 허리를 많이 쓰는 격렬한 운동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운동을 아주 좋아한다. 지치지 않고 환자들을 잘 진료하려면 체력도 받쳐줘야 한다는 생각에 시간이 나면 축구, 테니스, 골프 등의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체력도 키웠다. 운동을 하고 나면 가끔 허리가 아프고 통증이 다리까지 뻗치는 방사통이 느껴졌던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엔 워낙 운동에 빠져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 운동량이나 강도를 조절했다면 어느 날 디스크가 터지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혹시 필자의 경우처럼 운동 중이나 후에 요통과 하지 방사통이 지속된다면 운동량이나 강도를 조절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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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참고 운동을 계속하던 어느 날 요통과 방사통이 극심해졌다. 도저히 참기 어려워 급하게 MRI 촬영을 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디스크가 삐져나와 있었다. 꽤 많이 삐져나와 있었지만 일단 약물치료와 주사치료를 먼저 받았다. 허리디스크 환자 대부분이 필자처럼 수술을 하기 전에 약물치료, 주사치료, 신경성형술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비수술적 치료로 통증을 조절한다. 실제로 허리디스크 환자의 90%는 이러한 비수술적 치료로 호전된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비수술적 치료가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통증이 악화되었다. 결국 10m도 걸을 수 없게 되자 이제 수술을 결정해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수술 자체는 걱정이 안 되었지만 필자를 믿고 의지하는 환자들을 제때 진료하지 못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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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걱정이 많았지만 내시경을 이용해 삐져나온 디스크를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내시경으로 수술하면 내시경이 들어갈 정도의 작은 크기만 절제해도 되기 때문에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 필자의 경우 수술 후 바로 다음날 퇴원이 가능했고, 4일 후부터는 병원에서 환자들을 뵐 수 있었다. 수술 후 1년여가 지난 지금은 예전에 좋아하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해내고 있다.
의사가 아닌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아본 환자 입장에서 보면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수술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현명한 선택이다. 가끔 외래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수술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수술을 꺼리는 분들을 만난다. 의사의 조언보다는 ‘허리는 절대 수술하면 안 된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듣고 수술을 미루는 분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는 동안 허리는 더 악화돼 통증이 심해지고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술 후 일상으로 복귀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까 주저하는 분들도 많다. 요즘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이 발달해 수술 후 회복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그만큼 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기 바란다.
물론 수술은 최후의 보루다. 수술 전에 먼저 충분한 보존적 치료를 해보고, 그래도 차도가 없을 때 수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환자의 상태에 따른 수술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하므로 담당 주치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신중히 결정할 것을 권한다.
<목동힘찬병원 윤기성 원장(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