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김)도영이는 연봉이 얼마여~?”
지난 어버이날(5월8일) 할머니를 찾아봬러 간 큰집에서 만난 KIA ‘찐팬’ 둘째 큰아버지는 김도영의 연봉을 묻더니 “우리 도영이는 그렇게 야구를 잘하는데 왜 연봉이 그것밖에 안 되냐”며 분개했다.
생각해보니 지난 4월 ‘월간 10홈런-10도루’를 최초로 기록한 김도영은 연봉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다. 1억원은 큰 돈이지만, 활약상에 비해 미미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분개한 큰아버지께 “김도영은 3년차에 불과해 이제야 억대 연봉을 찍었다. 향후 연차를 쌓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거나, 미국 메이저리그(ML)에 진출하면 몇 십억, 몇 백억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풀어 말하면, 김도영이 1년 차 신인시절 무조건 연봉 3000만원(프로야구 선수 최저연봉)으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상승폭이 아무리 커도 2~3년 만에 10억 넘는 연봉을 찍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큰아버지 말에는 모순도 있다. 올시즌 연봉은 지난해 성적을 바탕으로 산정하므로 현재 활약과는 무관하다. 올시즌 아무리 잘하더라도 지난해 부진했다면 연봉이 낮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신인급 선수들이다. 올시즌 수 십억대 연봉을 받는 선배들보다 더 나은 활약 중이어도 프로 무대에서 보여준 게 없으니 3000만원을 받고 뛴다. 대신 다음 시즌엔 확 뛰어오른 연봉을 기대해볼만 하다.
각 구단은 시즌 종료 후 자체 연봉 책정 프로그램을 통해 제한된 예산 안에서 선수 연봉을 책정한다. KIA 구단은 ‘고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에 선수들의 각종 기록을 넣으면 고과 등수가 나오고 이에 따라 연봉 증감액이 산정된다.
구단별 연봉 총액은 정해져 있다. ‘파이 나눠 먹기’다. 지난 1월 말 KIA는 ‘2024 재계약 대상자 연봉’을 발표했다. 투수 최지민의 연봉이 기존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233.3% 인상돼 팀 내 최고 인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지민의 2023시즌 연봉이 최저연봉이라 인상률이 높아 보일 뿐, 실제로 가장 큰 인상폭을 기록한 건 1억원이 오른 투수 임기영이다.
야수진도 마찬가진데, 내야수 박찬호가 인상률 50%, 김도영이 100% 인상했지만, 금액만 보면 박찬호가 1억원 올라 최고 인상폭을 기록했다. 박찬호는 연봉 3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직전해 3000만원으로 연봉이 동일했던 A구단 선수보다 B구단 선수의 성적이 조금 더 좋은데 A구단 선수의 다음해 연봉이 B구단 선수보다 높은 경우도 있다. 이는 바로 연봉 총액 예산이 구단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KIA 역시도 타 구단과 비교해서 연봉을 산정하진 않는다. 관계자는 “우리팀 선수와 다른 구단 선수가 엇비슷한 성적을 기록했다 치자. 다른 구단 선수가 훨씬 많은 연봉을 받더라도 그건 우리팀 평가 기준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봉조정협상까지 가더라도 타 구단의 기준은 연봉조정 근거가 되지 못한다.
대신 팀 순위는 연봉에 영향을 미친다. 관계자는 “팀 성적에 따라 성적이 좋으면 연봉을 더 많이 받게 된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김도영이 4년차가 되는 2025시즌 높은 연봉을 받으려면, 지금 같은 맹활약을 하며 야수 고과 1위를 달성함과 동시에 KIA가 우승하면 상승폭과 연봉 규모가 최대치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꾸준히 건강하게 KBO리그에서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하고 포스팅 자격을 얻어 ‘꿈의 무대’ ML에 진출하면 된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