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유
LG 김대유가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와 KIA의 경기 8회초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실패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해 퓨처스리그가 종료된 후에도 이천에 남아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과감히 투구 메커닉을 수정했고 시즌 초반 누구보다 믿음직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LG 좌투수 김대유(30)가 다사다난한 프로 커리어에 굵직한 전환점을 찍었다.

불펜 에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대유는 올해 첫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제로’를 유지했다. 지난 6일 수원 KT전부터 27일 잠실 롯데전까지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임무를 완수한다. 개막 당시 진해수에 이은 불펜 두 번째 왼손투수였으나 이제는 필승조 핵심이다. 지난해까지 통산 평균자책점 6.11에 유니폼이 네 번이나 바뀐 저니맨이었던 그가 비로소 자신의 장점을 펼쳐보이고 있다.

비결은 뚜렷하다. 한 번 더 단행한 변화가 적중했다. 2019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이적한 김대유는 극단적으로 투구 메커닉을 수정했다. 레전드 구대성처럼 타자를 등진 채 공을 던졌다. 하지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든 듯 효과를 보지 못했다. 타자 만큼이나 자신도 불편함을 느끼며 투구했고 1군 3경기 출장에 그쳤다.

김대유는 지난 27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지난 시즌 막바지 경헌호 코치님, 김광삼 코치님과 한 번 더 방향을 정립했다. 내 장점을 확인하면서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경헌호 코치님과 김광삼 코치님이 찾아주셨다. 상체는 예전처럼 크게 틀지 않지만 하체 움직임에 중점을 뒀다. 좀 크로스되는 형태로 공을 던지는데 제구도 잘 되고 투구 궤적도 좋아진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치님 두 분이 정말 고생을 많이하셨다. 시즌이 끝난 뒤 마무리캠프까지 이천에서 매일 밤마다 직접 공을 받아주셨다. 덕분에 이제서야 내 투구폼을 찾은 것 같다. 이제는 내 투구폼에 어느정도 확신이 생겼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덧붙여 “캠프 첫 날부터 류지현 감독님께서 해주신 조언도 정말 크게 작용했다. 당시 감독님께서 ‘팔 높이나 투구폼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편한대로 던져라’고 하셨는데 그러면서 점점 더 좋아진 것 같다”고 웃었다.

김대유는 2010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넥센(현재 키움)에 지명되며 프로에 입단했다. 이후 SK(현재 SSG), KT, 그리고 LG까지 꾸준히 소속팀이 바뀌었다. 좀처럼 1군에 정착하지 못했으나 많은 팀이 김대유의 팔높이와 투구 궤적에 주목했고 두산을 제외한 수도권 전구단에서 뛰는 드문 경험을 했다.

김대유는 “LG에 왔을 때 노석기 데이터분석 팀장님께서 내 투구 궤적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충분히 1군 타자들을 잡을 수 있는 공이라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다”고 돌아보면서 “당연히 이제는 한 팀에 정착하고 싶다. 특히 LG에 계속 있고 싶다. LG는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팀이고 매 경기, 공 하나하나에 반응해주신다. 여기서 꾸준히 잘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대유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30㎞ 중후반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김대유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공이 보이지 않는다며 혀를 내두른다. LG 오지환은 과거 상대 투수로 김대유와 붙었던 기억을 돌아보며 “좌타자에게 특히 까다로운 투수였다. 공이 머리 뒤쪽에서 날아온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거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패스트볼 외에 커브와 슬라이더까지 꾸준히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며 난공불락이 됐다. 김대유는 8홀드로 이 부문 정상에 오른 것을 두고 “주위에서 얘기해주시는데 솔직히 믿기지 않는다. 이게 맞는 건가 싶다. 필승조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렇게 됐다. 아무래도 (홀드 부문 순위표) 캡처를 해야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포토] 라이브 피칭하는 김대유
김대유가 지난 2월 22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2021 LG 트윈스 스프링캠프에서 라이브 피칭을 하고 있다. 이천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김대유가 필승조 핵심으로 올라서면서 LG 또한 모처럼 2차 드래프트 성공을 응시하고 있다. LG는 지난 5번의 2차 드래프트에서 ‘반전 스토리’를 만들지 못했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합류한 선수 3명 중 김대유를 제외한 2명(백청훈, 정근우) 역시 이미 유니폼을 벗었다. 그러나 김대유는 반등했고 LG 또한 시즌 첫 20경기 동안 강한 불펜진을 앞세워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한편 김대유는 취재진과 인터뷰에 앞서 지난 16일 잠실 두산전을 돌아보며 한 번 더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이렇게 취재진과 마주한 만큼 한 번 더 박세혁 선수와 박세혁 선수의 가족들, 그리고 두산 팬들에게 사과드리고 싶다. 다시는 그런 일이 나오지 않게 훈련하고 준비하겠다”면서 “세혁이형이 사과 문자에 답을 주셨다. 세혁이형이 ‘빨리 돌아가니까 걱정하지 말고 야구장에서 웃으면서 인사하자’고 하셨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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