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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공 | 부활엔터테인먼트


“김재기는 당시 40만원짜리 중고차를 타고 다녔다. 조금 더 좋은 차를 탔더라면 다른 상황, 다른 운명을 맞이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우리는 너무 가난했다.”

부활 리더 김태원에게 지난 2일 빗길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걸그룹 레이디스코드 고(故) 은비의 비극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그가 22년전 겪었던 슬픔과 너무나 비슷한 참극이었다.

지난 88년부터 92년까지 길고긴 슬럼프를 경험한 김태원은 부활에 새로운 보컬 김재기를 영입해 ‘부활’을 꾀한다. 그러나 김재기는 3집 앨범 녹음작업이 한창이던 93년 8월 빗길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그해 11월 보컬리스트 없이 낸 부활의 3집 ‘사랑할수록’은 그야말로 ‘대박’이 난다. 100만장이 넘게 팔리는 등 지금까지 부활의 역대 최고 앨범으로 손꼽힌다. 부활을 ‘부활’시킨 주인공 김재기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앨범 한장 받아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김태원은 5일 3빌딩에서 열린 부활 30주년 기념 14집 앨범 발매 및 콘서트 ‘트루 컬러’(10월 5일 63빌딩 컨벤션 센터 그랜드볼룸 개최) 관련 기자회견에서 “레이디스코드의 사고 소식을 듣고 큰 아픔을 느끼고 있다. 사실 가수들이 지방을 다닐 때 소속사에서 차를 엄청난 속도로 몬다. 그게 위험할 수도 있다. 분명 레이디스코드 멤버들이 벨트를 매거나 차들이 규정 속도를 지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레이디스코드 소속사의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기획사들이 너무 각박하지 않나 싶다. 유명한지 여부를 떠나 가수들을 스타대하듯 소중히 해줘야 한다”며 “저질러지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 저질러진 것 같아서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원은 “권리세는 내가 ‘위대한 탄생’ 심사를 할 때 만난 가수다. 부디 회복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다른 멤버들에게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음악하는 분들에겐 어쩌면 큰 아픔과 갈등이 음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큰 충격이 음악에 깊이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드러머 채재민도 “레이디스코드의 쾌유를 빈다. 비단 아이돌 뿐 아니라 연예계 전체가 잘된다 싶으면 너무 힘든 일정을 만든다. 부활도 한때 하루 두세개의 지방 행사를 다녔는데 시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운행을 했다. 차속에서 ‘이러다 큰일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 기획사에서 잘되는 팀에 대해 숨 쉴 공간을 만들어주고 시간을 들여 키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태원에게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김재기의 공백을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슴 한켠에 느끼고 있었다. “부활 역대 보컬들에겐 각자의 색깔과 화려함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내겐 깊이가 있었음에도 한장의 앨범으로 멈춘 보컬 김재기에 대한 동경이 늘 있었다. 그가 부른 ‘사랑할수록’은 후배 가수들이 감히 리메이크할 엄두를 못내는 곡이다. 잘 불러도 본전을 찾기 힘들다. 어찌 보면 스틸하트의 ‘쉬즈 곤’보다 훨씬 어렵다. 김재기 특유의 음색 때문이다.”

보컬은 지난해말 9대 보컬 정동하가 탈퇴한 뒤 최근까지 공백기를 가지다가 부활 10번째 보컬 김동명과 새출발을 시작하는 단계다. 김동명은 10여년간 ‘유투브’ 등을 통해 활동해온 재야의 숨은 고수다. 김태원은 김동명을 영입한 이유에 대해 “김동명의 보컬에서 70%가 자기 색이라면, 나는 나머지 30%에서 김재기를 발견했다. 음색 하나만으로 그를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활은 10대 보컬 김동명과 함께 지난 8월 22일 14집 첫 싱글 ‘사랑하고 있다’를 발표한데 이어 곧 통일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투 비 원’을 발표할 예정이다. 10월 5일에는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오후 3시와 7시 총 2회 콘서트를 연다. 예매는 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