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너지 전지희
지난 2011년 귀화해 포스코에너지 여자탁구단 소속으로 10년째를 맞은 전지희. 그는 다가올 2020 도쿄올림픽에서 혼합복식 메달을 노리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스포츠서울|김경무전문기자] “중국에서 귀화한 전지희를 국가대표로 키우기 위해 그와 함께 비행기로 한 지구 30바퀴 쯤은 돌았을 겁니다. 국제탁구연맹(ITTF) 주관 월드투어인 각종 오픈대회 출전으로 랭킹포인트를 쌓기 위해서죠.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전지희가 반드시 메달을 땄으면 좋겠어요.”

한국여자실업탁구 강호 포스코에너지의 김형석(59) 감독. 2020 도쿄올림픽(7.23~8.8) 개막을 앞두고 김 감독은 자신이 10년 이상 동안 공들여 길러낸 전지희(29)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지만 걱정도 적지 않다. 중국과 일본의 벽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론과 대한체육회는 여자탁구대표팀 ‘에이스’ 전지희보다는, 도쿄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여자부 1위를 한 ‘신동’ 신유빈(17·대한항공)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지희는 한국 여자선수들 가운데 세계랭킹(14위)이 가장 높아 선발전에는 뛰지 않고 도쿄올림픽 국가대표로 자동선발됐다.

김형석 감독과 전지희
포스코에너지 여자탁구단의 김형석(오른쪽) 감독과 전지희. 지난 2017년 대만유니버시아드대회 때다. 전지희는 당시 여자단식과 여자단체전, 혼합복식(파트너 장우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3관왕에 올랐다. 포스코에너지 제공

김형석 감독은 지난 2009년, 중국 허베이성 출신으로 중국 청소년탁구여자대표를 지낸 전지희를 한국으로 데려왔다. 한국 여자탁구를 이끌어나갈 재목감이 부족한 상황에서의 고육지책이었다. 그리고 2011년 창단된 포스코에너지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전지희를 한국인으로 귀화시켜 팀의 에이스로 만들었다.

팀 창단 이후 김 감독의 목표는 분명해졌다. 올림픽 메달 획득. 그러나 중국인인 전지희가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무대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랭킹포인트가 필요했다. 그는 전지희와 함께 각종 오픈대회 출전을 위해 세계 곳곳을 누벼야 했다. 연간 10개 이상의 오픈대회에 출전하면서 총 10억원 이상을 해외 출전비로 썼다. 포스코에너지의 이런 지원 때문에 전지희는 오픈대회에 가장 많이 나간 선수로 뽑혀 국제탁구연맹으로부터 1000만원의 포상금도 받았다.

“언젠가 칠레오픈에 출전했을 때는 거기서 지진이 났어요. 호텔방 침대가 크게 흔들리는 바람에, 지희한테 ‘엘리베이터 타지 말고 내려가’라고 난리법석을 떤 기억도 있어요. 그런 우여곡절 끝에 지희는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겁니다.”

김형석 감독은 리우올림픽 때 한국 여자탁구대표팀 감독이었고, 전지희는 아쉽게도 여자단식 8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앞서 전지희는 2014년에는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했고, 혼합복식에서 김민석과 함께 동메달을 일궈냈다. “민석이 발에 티눈이 박혀서 연습을 제대로 못했어요. 대포주사까지 맞았는데 다행히 메달을 땄습니다.” 당시에도 여자탁구대표팀을 이끌었던 김 감독은 이렇게 회고했다.

1m59, 56kg의 단신으로 왼손 셰이크핸드 공격형인 전지희는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여자단식과 여자단체전에서 각각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특히 여자단식 8강전에서는 일본의 가토 미유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1-3으로 뒤지다 4-3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으나, 4강전에선 중국의 에이스 첸멍을 만나 아쉽게 0-4로 완패를 당했다.

전지희와 대표선수들
전지희(오른쪽)와 탁구대표팀 선수들. 전지희 왼쪽이 신유빈. 그 옆이 중국에서 귀화한 최효주다. 남자는 뒤로 왼쪽부터 이상수, 장우진, 정영식이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김형석 감독과 포스코에너지가 그렇게 키워낸 전지희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여자단식과 혼합복식에 출전해 메달을 노린다. 자신을 비롯해 신유빈(세계 85위), 그리고 역시 중국에서 귀화한 최효주(23·세계 64위·삼성성명)가 출전하는 여자단체전에서는 동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상수(삼성생명)와 출전하는 혼합복식에서는 동메달을 넘어 결승진출까지 노린다. 여자단식 목표도 동메달이다.

전지희 이상수
도쿄올림픽 혼합복식 메달에 도전하는 전지희와 이상수. 대한탁구협회 제공

김 감독은 “지희의 주무기가 과거에는 포핸드, 백핸드 드라이브였는데, 대표팀에 중국 코치가 들어오면서 포핸드 드라이브 공격에 중점(70%)을 두는 쪽으로 스타일을 바꿨다”며 “지희가 죽기 살기로 연습하는 것을 봐서는 느낌이 좋다. 지희 자신도 이번이 올림픽 마지막무대라고 생각해 열심히 한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예전보다 많이 올라 왔다”고 기대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