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올림픽 연합
리디아 고.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박병헌 전문기자]2020도쿄올림픽 골프 여자부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4·한국명 고보경)는 동메달의 영광을 일주일전에 타계한 외할머니의 영전에 바쳤다.

공동 2위로 마쳐 연장전을 벌인 리디아 고는 7일 오후 시상식을 마친 뒤 116년만에 골프가 올림픽 종목에 재진입한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걸고 눈물을 흘렸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느라 외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었던 미안함과 외할머니의 눈물겨운 자신에 대한 사랑이 눈앞을 가렸기 때문이었다. 리디아 고는 리우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차지했고, 두번의 올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딴 경우는 리디아 고가 처음이다.

제주 함덕읍에 거주하던 외할머니는 리디아 고가 국내에서 열리는 LPGA투어에 출전할 때마다 먼 길을 마다않고 늘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보냈고, 지난달 30일 지병으로 향년 92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외할머니는 평소 리디아 고의 경기및 우승 사진을 집 곳곳에 도배를 할 정도로 걸어 놓아 손녀딸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보였다.

평소 어른에 대한 공경심과 효성이 지극한 리디아 고는 도쿄올림픽을 마치고 당초 출전이 예정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트러스트 골프 위민스 스코틀랜드 오픈(총상금 150만달러·한화 약 16억5000만원)에 출전하지 않고 제주에 있는 외할머니의 묘소를 들러 참배하려 했으나 주변 사람들의 반대로 끝내 귀국하지 못했다. 귀국할 경우 코로나19로 14일간 무조건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탓에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은 물론 오는 19일부터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AIG 위민스 오픈(총상금 450만달러)마저 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디아 고는 ”최대한 빨리 반드시 할머니 묘소를 찾아 메달을 바치겠다. 할머니가 그립다”고 말했다.

bhpark@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