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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백승호가 지난달 24일 봉동 클럽하우스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한 후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제공 | 전북 현대

[스포츠서울 | 완주=정다워기자] 어린 시절부터 축구천재로 주목은 백승호(25·전북 현대)는 롤러코스터 축구 인생을 살았다. 14세였던 2010년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해 화제를 낳았다.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참 성장해야 할 시기였던 2014년 그는 바르셀로나가 선수 영입과 관련한 문제가 밝혀지면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공식전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았다. 지로나에 있던 2018~2019시즌엔 약속과 달리 1군 등록에 실패하면서 성인 무대에서 뛸 기회를 빼앗기기도 했다.

최근에도 시련이 있었다. K리그 진출 과정에서 수원 삼성과 이적 문제로 선수 생활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전북 현대 입단으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백승호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도 그는 축구에 집중했고, 이제 안정적으로 팀에 기여하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최근 봉동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백승호는 “그땐 정말 힘들었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내가 수원 팬이어도 기분 나쁠 것 같았다”며 “사실 더 힘든 일도 겪었다.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 구단과 감독의 배려로 잘 적응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프로 커리어에서 한국은 처음이다. 그간 스페인, 독일에서 이방인으로 지낸 백승호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다. 그는 “언어가 편해서 제일 좋다. 가끔 한국에 있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한국 사람뿐이다. 낯설다. 무엇보다 한국은 택배가 빨라서 좋다”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전북 선수로도 완전히 정착했다. 백승호는 “김상식 감독의 도움이 컸다. 뒤에서 많이 도와주신 것을 안다. 처음 구단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가 생각난다. 한동안 어디에도 못 나가고 갇혀서 두 달 정도 기다렸는데 새집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렇게 어렵게 경기에 출전했는데 팬이 좋아해 주셨다. 전북에서 행복하다. 유럽에서 뛰었지만 (전북) 시설이 훨씬 좋다. 시스템도 뛰어나다. 클럽하우스 보고 많이 놀랐다. 자부심도 생기더라”라며 전북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냈다.

크로스 올리는 백승호[포토]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백승호는 전북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2선, 3선, 측면을 오가며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했지만 지금은 전형적인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마침내 자신의 포지션을 찾은 셈이다. 백승호는 “이 포지션이 가장 편하다. 김상식 감독께서는 수비적인 면, 포지셔닝 등을 조언해주신다. 내 약점이라 도움이 많이 된다. 김두현 코치의 조언도 많이 듣고 있다. 패스 템포, 창의적인 플레이 등을 배운다”라며 두 스승의 조언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전북에서 어드바이저로 활동 중인 박지성 위원의 조언을 듣기도 했다. 박 위원은 백승호에게 “K리그 템포에 맞춰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럽에서 템포를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백승호는 “굉장히 와 닿았다. K리그만의 속도에 맞춰야 하나, 유럽에서 플레이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 감각과 속도를 살린다면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직 스페인어는 잃어버리지 않았다. 팀에 구스타보, 브라질 코치와 대화를 많이 한다. 포르투갈어와는 말이 거의 통하기에 문제없이 소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승호는 아픈 만큼 성장하고 있다. 2018년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해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두 대회 연속 연령대 대회 출전에 실패했다. 백승호는 도쿄행 엔트리에서 빠진 날 “잊고 싶지 않은 하루”라고 SNS에 글을 올렸다. 백승호는 “잘 기억했다가 기회가 있으면 그때는 발전하자는 마음으로 썼다. 동기부여로 삼았다. 목표가 있어야 한다. 잘해서 대표팀에도 꼭 가고 싶다.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가 가는 곳이다. 잘 준비해서 기회를 얻고 싶다”라는 목표를 얘기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