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추가점 뽑아내는 KT 장성우
KT 장성우가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과 KT의 한국시리즈 4차전 1회초 2사 1,3루 상황에서 두산 선발 곽빈을 상대로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덕아웃을 가리키며 기뻐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KBO리그에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이른바 ‘고반발 공인구’ 논란이 사그라들자 큰 것 한 방에 의존하던 야구가 기동력과 작전으로 점수를 짜내는 쪽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올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KT는 두산과 한국시리즈 1~3차전에서 번트와 치고 달리기 등으로 우승 발판을 마련했다.

야구 스타일 변화는 안방의 중요성으로 귀결된다. 아마추어 때부터 기본보다 기술 습득에 초점을 맞추는데다 정부의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정책 탓에 반쪽짜리 선수가 양산되는 실정 탓에 선수 육성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 캐치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투수가 커맨드를 갖춘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빠른 공을 던지는 기대주는 꾸준히 증가세인데 1군 투수로 활용할 선수는 제자리걸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토] 강민호 \'우승을 부르는 미소\'
삼성 포수 강민호가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타이브레이커(1위 결정전) 삼성 라이온즈와 KT위즈 경기에서 밝은 표정으로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구종과 구위 등이 모두 노출된 투수가 변함없이 마운드에 오르고 상대의 작전 구사 비율이 높아졌다면, 포수의 역할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은 수준급 포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디펜딩챔피언 NC는 ‘전력의 절반’으로 꼽히는 양의지가 부상 후유증 탓에 마스크를 쓰지 못하면서 후반기 동력을 잃었다. 볼배합 무용론을 부르짖는 사람들의 논리도 나름 이해할 수 있지만, 상대의 작전을 간파해 코스와 구종을 선택하는 것 역시 볼배합이다. 영리한 포수 한 명이 10승 투수보다 낫다는 말은 KBO리그의 특성을 대변한다.

안방이 약한 팀은 눈이 반짝일 만한 소식이 있다. 올해 통합우승을 이끌며 ‘우승포수’ 대열에 합류한 KT 장성우(31)와 국가대표 포수로 다양한 국제경험을 쌓은 삼성 강민호(36), 허약한 투수진을 이끌고 고군분투한 한화 최재훈(32) 등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다. 세 번째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는 C등급이라 올해 연봉(5억원)의 150%인 7억 5000만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하면 유망주 유출없이 영입할 수 있다. 장성우와 최재훈도 B등급이라 도전할 만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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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최재훈,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강민호의 최대 강점은 풍부한 경험이다. 정규시즌이나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은 없지만,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대표되는 국제경험에 포수 FA 가운데 가장 좋은 공격력을 갖고 있다. 박경완 진갑용 등 국가대표 포수들이 불혹에도 마스크를 썼다는 점을 고려하면, 강민호도 3~4년은 충분히 안방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적 가능성은 작지만 장성우는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곰탈여’(곰의 탈을 쓴 여우) 못지않은 기민함을 과시했다. 경기 흐름을 읽는 시야가 눈에 띄게 넓었고, 승부할 때와 도망갈 때를 확실히 구분해 단기전 경험이 적은 젊은 투수들을 훌륭히 이끌었다. 우승포수라는 프리미엄은 몸값 상승 척도다.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하는 최재훈도 5연속시즌 100경기 이상 꾸준히 출장하면서 여유가 생긴 모습이다. 한화 투수력이 워낙 약해 빛이 바랬지만, 투지넘치는 플레이와 과감한 볼배합은 강속구 투수가 많은 팀이 군침을 흘려볼 만하다.

수준급 안방마님을 지키기 위한 원소속팀의 전략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린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