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최대호 FC안양 구단주 인터뷰. 2021.12.20.안양시청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안양=박준범기자] “100년 구단, 이제 걸음마 단계다. 1부 승격해 안양 시민 자존심 회복했으면.”

최대호 안양시장의 축구 사랑은 유명하다. 안양 선수단의 등번호를 다 꿰고 있고, 안양 홈 경기가 있는 날에는 항상 경기장을 찾는다. 일정을 짤 때도 안양의 경기 일정을 우선으로 고려한다. 안양시청 시장실에서 만난 최 시장의 축구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최 시장의 열정에 화답하듯 안양은 올 시즌 3위라는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염원했던 K리그1 승격은 대전하나시티즌과 플레이오프(PO)에서 패하며 좌절됐다. 최 시장은 “전체로 보면 안양이 잘했고 행복했다. 2%가 부족했다”면서 “PO에서는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절실함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2%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서포터즈들의 응원을 힘입어 더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하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일상 회복이 돼서 홈 팬의 함성을 들으면서 신나게 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아픔 딛고, 안양 창단 “잘한 일, 자긍심 있다”

안양은 연고지 이전의 아픔을 안고 있다. 2004년 2월2일 안양LG(현 FC서울)가 연고를 안양에서 서울로 바꿨다. 그리고 정확히 9년 뒤인 2013년 2월2일 안양은 시민구단으로 탄생한다. 그렇게 내년이 되면 안양이 창단한 지도 10년째가 된다. 구단이 내세운 ‘시민과 함께하는 100년 구단’의 10%를 돌파하게 되는 것이다. 최 시장은 “안양 시민에게는 상처가 있지 않나. 창단으로 이를 어루만진 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안양의 창단은 굉장히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긍심을 갖고 있다”면서 “이제 걸음마 단계다. 첫걸음부터 시작했다. 더 완숙하고 완성되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많다. 기대치가 높아져 굉장히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안주할 수는 없다. 안양이 K리그2에서 뛴 지 10년이 되어 간다. 이제는 K리그1에서 승격해 당당히 안양 시민 또는 축구 팬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걸음마 단계까지 오는 데도 쉽지는 않았다. 최 시장은 2014년 지방 선거에서 낙마해 ‘야인’으로 지냈다. 2017년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안양의 FA컵을 직접 관람했다. 그는 “안양하면 ‘축구 도시’였는데 참 안타까웠다. 응원석에서 앉기도 하고, 때로는 한쪽 스탠드에서 조용히 축구를 봤다”면서 “선수들과 안양 시민에게 미안했다. 다시 구단주가 되면, 100년 구단에 맞는 환경이나 인적 구성을 해야겠다는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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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호 FC안양 구단주 인터뷰. 2021.12.20.안양시청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100년 구단의 초석, 전용 구장과 클럽하우스

그렇게 절치부심한 최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안양시장에 당선됐다. 안양의 전용 구장과 클럽하우스 건설 계획을 세웠고 실행에 옮겼다.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전용구장의 경우 1만 석 규모로 2025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최 시장은 “단순히 ‘공부해라’라는 말보다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전용 구장이나 클럽하우스 구축은 환경 조성을 통한 동기부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최 시장의 구상은 그동안 숱하게 누빈 유럽 명문팀들으로부터 비롯됐다. 궁극적인 목표는 지속 가능한 구단을 만드는 것이다. 최 시장은 “1년에 20경기 내외의 홈 경기를 한다. 멀티플렉스가 필요하다. 시민의 혈세를 이용하는 구단이 아니라 수입원을 창출해야 한다.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다. 시의 도움 없이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도시 브랜드를 향상할 때 축구만 한 게 없다. 바르셀로나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경우, 어떤 나라에 속해 있는지는 몰라도 구단 이름은 안다. 안양시는 모르더라도 안양이라는 구단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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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호 FC안양 구단주 인터뷰. 2021.12.20.안양시청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K리그에서 시민구단으로 살아간다는 건

시민구단으로 K리그에서 살아가는 건 그리 녹록지 않다. 상대적으로 자금이 풍부한 기업구단과도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충이 많다”고 고개를 끄덕인 최 시장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라 본다. 프로는 돈으로 평가받는다. 시민구단 처지에서는 굉장히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라면서 “절대적인 열악한 환경이다. 그래도 시에서 최대한 역량껏 하려고 한다”고 어려움을 말했다.

그의 최종 꿈도 시민구단의 고충과 맞닿아 있다. 최 시장은 “진정한 시민구단이 되고자 한다. 안양 시민이 모두 주주가 돼야 한다. 그 안에서 감독도 구단주도 뽑았으면 한다. 시장하는 동안, 구단주를 빨리 내려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제가 해결 할 숙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 시장의 축구 열정은 정해진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어서도 멈출 줄 몰랐다. 그의 축구 사랑, 구단을 향한 애정은 그야말로 ‘찐’이었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