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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울산 현대

[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K리그 최고의 ‘스피드 레이서’인 국가대표 윙어 이동준(25·울산 현대)은 지난해 스스로 ‘빅클럽에 어울리는 선수’임을 증명했다.

부산 아이파크 유스 출신인 그는 지난 2020년 팀의 1부 승격과 함께 처음으로 K리그1 무대를 누볐다. 26경기를 뛰면서 5골4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팀이 그해 다시 2부로 강등하는 아픔을 맛봤고 지난해 홍명보 감독이 부임한 울산의 러브콜을 받고 적을 옮겼다.

K리그1 우승 경쟁을 하는, 스타 선수가 즐비한 울산에서 새 출발 한 그는 적응 기간이라고 할 것도 없이 개막전부터 골 맛을 봤다. 그리고 특유의 빠른 발은 물론 키 173㎝ 단신에도 놀라운 점프력과 위치 선정으로 공중전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리그에서만 32경기를 뛴 그는 11골을 넣어 국내 선수 중엔 득점왕을 차지한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22골)에 이어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도움 4개를 곁들여 공격포인트 숫자에서도 2위(15개). 왜 홍 감독이 그를 원했는지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그는 도쿄올림픽 본선을 뛰었고 A대표팀에도 발탁됐다.

다만 개인의 눈부신 활약과 다르게 팀은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울산은 3년 연속 리그 준우승에 머물렀고 올림픽팀은 8강에서 물러났다. 2022년은 이동준 커리어에 매우 중요한 한 해다. 애초 그는 입대를 계획했다. 그러나 리그 우승에 재도전하는 홍 감독이 이동준에게 ‘한 시즌 더’ 잔류를 바랐다. 이동준은 최근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본지와 만나 “솔직히 감독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든 입대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감독께서 내게 더 나은 비전도 제시해주셨다. 울산이 갈망하는 리그 우승 도전에 나 역시 모든 걸 쏟아 또다시 이바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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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동준은 지난해 막바지 대표팀을 오가다가 햄스트링을 다쳐 주요 경기를 뛰지 못했다. 그는 “중요한 시기에 다쳤고 팀에 도움을 못 줘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며 “햄스트링을 처음 다쳤는데 요즘은 운동 전,후로 보강운동을 충실히 한다. 마사지도 받으려고 한다. 이전보다 관리의 중요성을 느끼면서 최상의 몸을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동준은 올 9월 예정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를 대비하는 ‘황선홍호’의 와일드카드 후보로도 꼽힌다. 리그에서 활약을 이어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병역 혜택도 받게 돼 유럽 진출 등 향후 그가 꿈꾸는 미래에 더욱더 빠르게 다가설 수 있다. 그는 “내가 뛰는 위치(윙어)에 워낙 좋은 선수가 많다”고 웃더니 “팀에서 우선 잘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뿐 아니라 11월 카타르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서는 것도 그에게 올해 큰 목표 중 하나다. A대표팀에서 아직은 조커로 뛰는 편이나, 내심 주전으로 도약하고픈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이동준은 “대표팀에 선수들은 모두 제 색깔이 확고하다. 나 역시 나만의 색깔을 더 벤투 감독에게 보여야 하지 않을까”라며 “모든 선수가 월드컵이 꿈인 만큼 더 간절하게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