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SNS

[스포츠서울| 동효정 기자] 지속적인 ‘멸공’ 발언으로 정치권 논쟁까지 불러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9일에도 ‘노빠꾸’(결정을 바꾸지 않겠다)라며 본인의 뜻을 SNS 계정에서 다시 한번 알렸다. 정 부회장의 SNS 행보는 그동안 진정한 소통, 거침없는 사이다 발언 등으로 규정되며 74만여명의 SNS 팔로워를 열광시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오너로서 모두에게 공개된 SNS는 개인적인 공간으로 규정짓기 어려운데 이같은 발언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일 정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트위터 글을 캡처해서 올리며 이분 진짜 리스펙이라고 글을 적었다. 리스펙은 영어로 ‘존경한다’(respect)는 뜻으로, 반어적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조 전 장관은 트위터에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공산당이 싫다’는 취지의 글을 여러 차례 게시했다. 정 부회장은 SNS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을 올리며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로지 우리 위에 사는 애들(북한)에 대한 멸공이고 나랑 중국이랑 연결시키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대한민국을 소국으로 칭한 것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반감 때문에 나온 반응이었다. 다들 괜히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의 행보에 대해 여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을 향한 비판을 제기했고, 국민의힘에서는 정 부회장을 엄호하는 입장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콩’ 등을 사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이른바 ‘멸공’ 이슈를 우회적으로 연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장을 본 마트가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였고, 구매한 상품에 멸치와 콩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나경원 전 의원도 이마트 장보기에 동참한 후 멸치와 콩을 사는 사진을 올렸다.

정치권에서 이를 두고 공방이 지속되자 9일 새벽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넘버원 노빠꾸’라는 글자로 장식한 케이크 사진을 올리면서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를 위협하는 위에 있는 애들(북한)을 향한 멸공”이라며 “날 비난할 시간에 좌우 없이 사이좋게 싸우지 말고 다 같이 멸공을 외치자. 그게 바로 국민들이 바라는 대화합”이라고 적었다.

정 부회장은 논란 속에서도 경쟁사에 방문하는 등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듯 적극적인 현장 경영을 SNS에 공개했다. 지난 8일 정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역시 롯데는 롯데다. 오랜만에 롯데 방문”이란 글과 함께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정 부회장은 잠실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고든 램지 버거에서 찍은 햄버거 사진도 올렸다. 그는 “롯데 가서 3만1000원짜리 고든램지 버거 먹고 옴”이라며 “이날은 엄청난 자유를 만끽함. 나에게 자유란 무슨 의미이고 가치일까? 박멸하자, 코로나”라며 ‘멸코’라며 멸공을 연상시키는 글을 함께 적었다.

그동안 정 부회장의 적극적인 SNS 활동은 노브랜드의 신상품을 소개하고 SSG랜더스 구단 활동을 친근하게 알리며 대중에게 그룹의 긍정적 이미지를 전파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으나 최근에는 개인적인 발언이 이어지자 우려섞인 목소리가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영향력이 큰 SNS는 논란이 될 경우 기업의 경영 활동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 부회장의 강력한 소신만큼 책임있는 발언이 필요해 보이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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