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KIA와의 시범경기 선발 등판한 KT 고영표
KT 고영표가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KIAT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서클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다.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수원=장강훈기자] 스트라이크존(S존)은 확대됐지만, 체인지업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제구를 갖춘 투수는 구속과 관계없이 체인지업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시속 155㎞짜리 강속구를 던지는 KIA 로니 윌리엄스와 단 한 개의 공도 똑바로 날아들지 않는 KT 고영표가 이를 입증했다.

로니와 고영표는 17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나란히 선발등판했다. 로니는 4이닝 동안 단 46개를 던지며 1안타 무실점했다. 최고구속은 155㎞까지 측정됐고, 커브와 체인지업을 싱커와 배합해 디펜딩챔피언의 베스트 라인업을 농락했다. 1회말 1사 후 황재균에게 내준 2루타가 이날 유일한 안타였다. 볼넷은 한 개도 없었고, 삼진 4개를 솎아냈다. 특히 ‘마법사 군단의 4번타자’로 가세한 박병호는 체인지업으로 두 타석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다.

로니
강속구 투수인 KIA 로니 윌리엄스가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KT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체인지업을 뿌리고 있다.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고영표는 3회까지 마운드를 지켰고 4안타 1실점했다. 시범경기 첫 등판이라 구위와 밸런스 점검 차원의 투구였지만 볼 움직임 자체는 명불허전 자체였다. 포심은 던지지 않고 투심과 체인지업 투-피치에 슬라이더와 커브를 가끔 섞어 물오른 KIA 타선을 최소실점으로 묶었다. 최고구속은 142㎞였고 볼넷 없이 삼진 3개를 잡아냈다. 체인지업 뒤 날아드는 138~139㎞짜리 투심에 베테랑 거포 나성범의 배트가 느리게 돌아갈 정도로 완급 조절이 좋았다.

올해는 S존 확대로 투수와 타자 모두 공격적인 운영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보다 높은 코스가 특히 넓어진 덕에 하이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가 각광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이 패스트볼은 강속구 투수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지만, 수준급 체인지업을 보유한 투수에게는 구속과 관계없이 활용할 수 있는 구종이다. 오히려 어설픈 하이 패스트볼은 장타 위험성이 높아 투수들이 쉽게 던지지 못한다.

[포토]KT 박병호, KIA 선발 로니에 삼진 아웃
KT 박병호가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KIAT와의 시범경기 1회말 2사 3루 상황 첫 타석에서 삼진 아웃을 당한 뒤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날 선발 맞대결을 펼친 로니와 고영표의 투구는 그래서 눈길을 끌었다. 로니는 낙차 큰 커브를 철저히 카운트 피치로 활용하며 빠른 공에 대비하는 타자들의 타이밍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타이밍을 늦춘 게 보이면 강속구로 당겼고, 같은 높이로 날아들다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구사했다. 로니의 체인지업 최고 구속은 142㎞에 달했는데, 속구 스피드가 워낙 좋으니 참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던진 12개의 체인지업 중 볼은 2개에 불과했다. KT 타자들의 배트가 그만큼 많이 따라 나왔다는 뜻이다.

[포토]KIA 나성범, 아쉬운 발걸음
KIA 나성범이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KT와의 시범경기 1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삼진 아웃을 당한 뒤 구심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고영표도 마찬가지 패턴으로 KIA 타선을 공략했다. 1회초 1사 1루에서 나성범을 상대할 때는 체인지업 두 개를 연거푸 던져 손쉽게 2스트라이크를 만든 뒤 139㎞짜리 투심을 하이 패스트볼로 구사했다.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갈 때 나성범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으니, 강속구가 아니어도 충분히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고영표는 나성범과 두 번째 만난 3회에는 체인지업 3개로 삼구 삼진을 잡아냈다. 속구와 똑같은 팔스윙과 릴리스 포인트만으로 타자 시선을 교란하기 충분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