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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광주=장강훈기자] 520일 만의 복귀전. 코로나 이전인 2019년 9월 17일 NC전(8011명)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만 6742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2020년은 코로나 확산 탓에 무관중 경기로 열렸고, 지난해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느라 국내에 없었다. 에이스의 상징인 ‘개막전 선발’로 복귀전을 치러 자신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예기치 못한 실책으로 비자책 빅이닝을 내준 게 아쉬웠지만, 구위나 경기운영 능력은 여전했다. ‘대투수’ 양현종(34·KIA)이 돌아왔다.
양현종은 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와 2022 KBO리그 개막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72개를 던지며 3안타 4실점(비자책)했다. 최고구속은 146㎞까지 측정됐는데, LG 타선의 반응으로는 볼 끝에 힘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140㎞ 초반 속구에도 배트가 밀리거나 스윙이 늦은 경우가 있어, 숫자 이상의 힘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결정구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두루 섞었고, 비장의 무기로 가다듬은 커브도 적재적소에 활용해 LG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프리에이전트(FA)로 LG로 이적한 박해민과 첫 대결로 복귀전을 시작한 양현종은 3구삼진으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2사 후 김현수에게 던진 몸쪽 속구는 강한 정면타구로 되돌아와 우측 복부를 타격하는 아찔한 경험도 했다. 끝까지 타구를 처리해 복귀전 첫 이닝을 마무리한 양현종은 수비 후 잠시 주저앉아 통증을 달래면서도 “괜찮으냐”고 물어온 김현수와 농담을 주고받는 여유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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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까지는 완벽함 그 자체였다. LG 베스트 라인업을 상대로 3이닝 동안 삼진 3개를 곁들여 퍼펙트 피칭을 했다.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박해민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지만 후속타자를 깔끔하게 돌려보내고 순항을 이어갔다.
그러나 5회 선두타자 유강남에게 초구에 좌전안타를 내준 뒤 수비 실책으로 빅이닝을 헌납했다. 무사 1루에서 오지환의 2루수 앞 평범한 타구를 김선빈이 포구에 실패해 1, 2루 위기를 맞았다. 리오 루이즈의 1, 2간 타구는 김선빈이 다이빙으로 잡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더블플레이를 노리려다 글러브에서 공을 빠뜨려 무사 만루가 됐다. 예기치 못한 실책으로 위기에 몰린 양현종은 이재원을 3구삼진으로 잡아내며 한 숨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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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건창의 1루 강습 타구는 황대인이 선상을 비운 탓에 외야로 빠져나갔고, 주자일소 3루타가 됐다. 1사 1, 3루에서 송찬의가 친 1루수 파울플라이는 황대인이 익사이팅존 안전 그물망으로 넘어지며 포구한 사이 서건창이 홈을 노렸다. 양현종으로서는 미처 3루 주자가 태그업 할 것으로 생각지 못해 또 한 점 헌납했다.
순식간에 넉 점을 잃은 양현종은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선발 투수의 역할을 완수했지만 호된 복귀전을 치러야했다. 양현종이 마운드 위에 서 있는 동안 KIA 타선은 상대 선발 아담 플럿코를 전혀 공략하지 못해 단 한 개의 안타(6회말 1사 후 박찬호)만 빼앗아내는 빈타에 허덕였다. “개막전은 팀을 승리로 이끄는 투수가 나가야 한다”며 절치부심한 에이스의 ‘팀 퍼스트 정신’이 실책과 상대 투수 공략 실패로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다.
zzang@sportsseoul.com